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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인드스케이프 - [리뷰] 조작된 기억, 당신의 상상력을 초월하다

효준선생 2014. 10. 16. 07:30





 어떤 영화? 타인의 기억을 통해 뭔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린 치명적 스릴러






거짓말탐지기 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는 기발한 수사방법이 영화에 등장했다. 바로 마인드스케이프라고 하는 기억수사기법, 피해당사자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범죄 현장을 복기하고 그걸로 범죄인들을 심문하거나 혹은 법정에서 심리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강력한 심증일 뿐 물증은 되지 못하기 때문에 활용함에 있어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영화 마인드스케이프, 범죄 드라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심리드라마라고 부르는 편이 좋을 만큼 상당히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어느 장면에서는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심리적 동요도 일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얼핏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심리수사관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비단 사건 현장뿐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의 기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기억은 말 그대로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당사자가 자신의 기억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고 해도 그것의 신뢰는 100% 충족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직접 기억 속에 들어가 확인을 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치들이 있다면?  이런 상상력이 바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기억수사관으로 활동하는 중년 남성 존, 아내의 자살사건과 최근의 경제적 궁핍으로 고민하던 차, 수사 의뢰가 들어온다. 단식을 한 채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하는 한 소녀의 심리 상태를 알아봐달라는 부탁이다. 처음엔 별것 아닌 그 또래 소녀의 투정이겠거니 싶었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서 헤매면서 점차 진실과 다른 그녀의 기억 때문에 혼란을 겪게 된다. 어린 시절의 추행, 그리고 아름답지 않았던 학창 시절의 기억들. 그런 것들과 마주할수록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해 확정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이 나름 전문가라고 했던 그에겐 일종의 망신인 셈이다. 오히려 아직 어려보이는 그녀의 똘망똘망한 눈매가 무섭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존은 소녀에게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우선 아내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의심쩍은 양부와의 모종의 관계, 그리고 일상에서 그의 눈앞에 환영처럼 지나가는 여자의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시점이 되면 관객들은 어쩌면 이 기억이라는, 뭔가가 불안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을 통해 소녀가 아닌 존의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마치 장자의 꿈에 나오는 나비같은 것 말이다.






그럴 가능성은 농후했다.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소녀를 보는 주변의 시각은 제각각이었다. 존의 눈앞에 있는 그들의 육성마저도 모두가 허상이라면 존은 이미 또 다른 개체인 셈이며 그런 존의 모습은 소녀의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이렇듯, 누군가의 기억, 혹은 생각 안에서 또 다른 존재나 기억이 존재한다는 설정의 영화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인셉션이다. 그 영화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건은 액자구조 영화의 전형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거기에 못지않다. 더불어 타인의 기억에 대한 신뢰가 극적 긴장감을 상승시킨다.




배우 베라 파미가의 여동생인 타이사 파미가, 스무살 차이가 나는 둘은 눈매가 똑 닮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과연 어느 부분의 이야기가 진짜 인지 거짓인지 애매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소녀에게 일어났던 일들 중에서 실제였던 것들을 따져보면 더욱 헷갈릴 지도 모른다. 설명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 조차도 마치 거짓처럼 들린다. 이 영화는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억마저도 임의로 조작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미증유의 가상임에도 그럴 듯하게 보이는 자체가 이 영화의 재미다. 강렬한 붉은 장미꽃이 오브제로 등장하는 이 영화의 포스터만큼 참 매력적인 스릴러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