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벰버 맨 - [리뷰] 베테랑의 귀환이 반갑다

효준선생 2014. 10. 18. 07:30





  어떤 영화?  다변화된 지구촌에서 첩보원으로 살아남는 법을 알려준다





사회과부도에 관심이 많았다. 매 학기가 시작되기 전 나눠주던 그 수많은 교과서들 중에서도 전면 컬러에 크기도 다른 교과서의 두 배나 되는, 만약 영어나 수학 교과서를 그리 좋아했다면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암튼 사회과부도에 실린 세계지도를 보면 각 나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토대로 나만의 상상력을 펴볼 수 있었기에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옛날 사회과부도의 그 나라들 중엔 새로 독립한 나라도 있지만 여전히 강대국의 품속에서 이를 갈고 있는 나라도 있는 모양이다. 끊임없이 분리 독립을 외치는 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힘이 없는 나라의 애환이란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지만 실제 그곳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이 받아야 할 처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체첸도 그 중의 하나다. 수많은 군소 국가들이 소련이라는 우산을 버리고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 뒤, 한발 늦게 “우리에게도 독립을!”을 외쳤건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건 자원을 너무 많이 갖고 있었기에 복속이라는 것뿐이었다. 그 와중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죽음을 면치 못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 중엔 여전히 당시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영화 노벰버 맨의 도입부분은 어지러운 총격장면이다. 작전 수행도중 실수를 저지른 신참과 그 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고참의 어그러진 운명의 뒤 끝, 그리고 5년 뒤 다시 현장에서 부딪친 두 사람의 액션이 이 영화의 큰 줄기가 된다. 하지만 그보다 체첸과 러시아의 충돌 과정에서 벌어졌던 비밀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미국이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는 시기적으로 좀 다른 구석이 있다. 70년대 이전만 해도 그들에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의 확산은 그들의 이념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 생각하고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일쇼크 이후 그들의 참전은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석유가 있는 곳엔 미친 듯이 달려든다. 설사 자국 군인이 여럿 희생이 된다 할지라도. 특히 중동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남중국해까지. 이런 범세계적인 작전에 무기를 장착한 군인들이 투입되기 전 외부에선 결코 알 수 없는 정보기관과 조직들이 암약해왔고 그들이 우선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의해 비로소 군복 입은 자들이 투입되어 왔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도대체 러시아와 체첸사이에서 미국 정보기관이 하는 일이 무엇일까가 궁금했다. 도처에서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인사가 한물간 정보원의 날렵한 발차기에 탄복하다가도 왜 저런 위험한 일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걸까 하는, 그만큼 이 영화는 잔 가치를 많이 치고 있다. 크게 세 갈래로 이야기가 흐른다. 고참과 신참 정보원간의 신뢰와 의심, 미국과 러시아 정보기관간의 묘한 힘겨루기. 그리고 체첸 사태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어느 묘령의 아가씨를 둘러싼 에피소드 등이다. 이 이야기들은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주고받으며 얽히고설키며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과거 007 영화의 주인공(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왔다고 해서 그냥 화려한 첩보 영화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건 힘이 없이 눌려 살아야 하는 약소국 국민의 비애가 절절하게 느껴져서다.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된 베오그라드 역시 한때는 소련의 위성국가라는 달갑지 칭호를 달고 살았던 유고의 옛 수도다. 그리고 영화에서 체첸의 상흔 이미지로 나오는 여성 역시 현재 러시아와 분쟁중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올가 쿠릴렌코가 맡았다.






그동안의 첩보 액션 영화는 줄곧 가공의 악역 혹은 악당 국가나 조직을 내세우며 미국이 왜 경찰국가가 되어야 하는 지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혼자 신나해 하는 장면들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국가가 아닌 조직, 그리고 개인적 영달의 위험성을 깨버린 영화다. 다양한 방향에서 한 곳을 향해 치고 들어오게 만든 이야기 구성과 액션과 드라마의 비중을 적절하게 소화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보았다. 그리고 왜 이 영화의 제목이 노벰버 맨인지 찾다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와 있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녀배우 올가 쿠릴렌코, 첩보물에 대단히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