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막에서 연어낚시 - [리뷰] 불가능을 가능으로, 사랑마저도

효준선생 2014. 10. 15. 07:30





 어떤 영화? 연어를 비유로 내세워 이루기 힘들어 보이는 사랑의 변화를 지켜보는 멜로 드라마





예멘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지도를 펼쳐 놓고 찾으라 해도 한참을 찾아 헤매야 할 것 같은 중동의 숨은 국가. 하지만 면적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도 크고 사우디와 인접해 석유자원도 적지 않은 나라. 하지만 같은 아시아권 국가임에도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그런데 예멘에다 연어를 덧붙이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영화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예멘에서 연어잡기라는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3년 전에 소설을 쉽지 않게 읽은 기억이 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로 보고 나니, 결국 사랑 이야기였음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소설과 영화와의 차이를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라 소설 안에서 도무지 영상으로 구현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막에서 연어잡기‘가 드러나고 아랍의 왕자가 사는 대 저택이 눈앞에서 위용을 자랑했기도 했지만 주연 배우들의 주고받는 정감이 소설보다 확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랍의 부호가 자기 나라에 북방 어종인 연어를 풀어 놓고 잡아 보고 싶어한다는 어불성설의 희망이 오일 머니와 영국 정부의 홍보 플레이에 휩싸여 성공 직전까지 가게 된다는 이 엄청난 프로젝트에 자신의 사랑에 대해 살짝 갈등하고 있는 남녀를 등장시켜 중동과 연어만큼이나 상관없는 두 남녀의 사랑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고 엿보는 중이다.






타인의 사랑 타령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처음부터 대놓고 연애질을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각자에겐 연인이 있고 그걸 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었다. 그저 일로 만난 사이고 그들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와중에 두 사람이 호감을 갖게 된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사랑이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이 영화의 숨겨진 주제를 하나 꺼내보자면 이식이다. 우선 영국 북부, 다시 말해 스코틀랜드의 연어를 예멘에 마련된 댐과 호수에 실어다 놓고 그 연어들이 자신들의 장기인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그 중 하나이고, 영국 군인이면서 아프카니스탄에 파견된 다른 남자를 통해 정의를 심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그 다음이다. 물론 맨 마지막으론 자기 마음속에 자라난 사랑의 싹을 상대의 마음속에 옮겨 심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사랑으로 귀착되는 영화지만 마냥 로맨틱한 건만은 아니다. 총리실 산하의 홍보팀을 위시하여 중동국가와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는 공무원 조직들의 코미디 같은 행동들은 확실히 블랙 코미디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야 할 임무이자 승진의 기회로 삼으라며 몰아붙이는 상관, 안된다고 죽는 시늉을 하면서도 마지못해 해내는 척하며 복지부동인 그들의 모습이 씁쓸하면서도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후반부 중동 국가인 예멘에 댐을 세우고 물을 흘려보내고 양식연어를 채워 넣는 과정을 보니 안 되면 되게 하라던 위정자들이 얼핏 떠올랐다. 실제로는 예멘이 아닌 모로코에서 촬영을 한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물론 사랑도 그런 식이라면 세상에 사랑하지 못할 사람도 없을 테고.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