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컬러풀 웨딩즈 - [리뷰] 포복절도할 신개념 가족의 재구성

효준선생 2014. 10. 13. 07:30





  어떤 영화? 장서 갈등에서 시작해 중요한 건 가족이 될 마음씀씀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러져 만들어진 국가다. 서유럽 한복판에 가장 넓은 영토를 갖고 있고 북방의 앵글로 색슨족, 동쪽의 게르만족, 남부의 라틴족의 유입과 혼재로 지금과 같은 모습의 프랑스인을 볼 수 있고 근 세기엔 자국의 식민지였던 북부 아프리카와 중서부 아프리카 여러 국가로부터의 이민자들도 늘었다.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국가의 전형을 보이는 프랑스지만 여전히 혈통을 따지는 보수적인 인사들도 적지 않으니 영화 컬러풀 웨딩즈의 클로드가 딱 그런 사람이다.






어느 정도 재산도 있고 나름 자신이 상류층 인사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최근 불어 닥친 사위의 난(亂)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번듯한 프랑스 본토박이 혈통에 가급적 카톨릭 교인이면 좋으련만 딸들은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각각 아랍인, 유대인, 중국인, 게다가 막내 딸은 아프리카 코트디브아르 출신의 흑인과 사귄다고 한다. 이 골치 아픈 상황이 마치 자신의 업보로 받아들이려는 그 앞에 정말 만마니 않은 사돈어른이 나타났으니 이건 삼재(三災)가 든 모양이다.






이 영화는 사회 전반적으로 개방된 나라라고 이미지화된 프랑스에 만약 사위들이 타 국가 출신들이다 라는 가정하에 굉장히 보수적인 프랑스 가장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믹한 상황은 과연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줄 수 있는지 타진해 본 영화다.  






영화 초반 유대인 사위의 아들이 할례를 받는 장면에서부터 문화적 충격을 묘사한다. 또 각자 서로 다른 방식의 사고를 지닌 세 명의 사위들이 한 자리에 앉아 아랍권, 유대인, 중국인에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감없이 끄집어내며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장면에 이르면 이들이 과연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이들은 유창하다 못해 자연스럽게 프랑스 국가를 열창하고 거기서 감동까지 얻을 수 있는 원어민 수준의 프랑스어를 구사하고는 있다. 생김새도 중국인 사위를 빼면 다소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다 할뿐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시선은 특히 장인에겐 마뜩치 못한 상태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차별적 시선이나 그들의 인종과 민족이 다름에 따라 멸시를 받거나 힘들어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가 이미 프랑스에서 주류로 살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기에 장인의 보이지 않는 구박에도 잘 버티며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한국에서 같은 처지였다면 어쩌면 장인과 사위 간엔 인연을 단절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만큼 복잡했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막내딸과 흑인 사위와의 결혼 과정이 주를 이룬다. 코트디부아르에서 꽤나 부유하게 사는 사돈 식구들이 프랑스에 와서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의 우여곡절로 과연 결혼이 성사될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지만 이 영화는 해피한 코미디 영화다. 특히 혼혈인 (실제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어린 손자 손주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 장면을 기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결혼 당시의 섭섭한 감정은 일순간인 것인가 싶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도 단일혈통을 위협할 수준의 여러 국가로부터의 며느리, 사위의 유입이 늘고 있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르포 기사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반만년 한반도 역사 속에서 이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조금씩 섞이고 그게 희석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늘 자기의 것은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 쓸데없는 걱정이다. 이 영화를 보면 얼굴 색깔과 그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보다 우리 가족이 될 준비가 되었는지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게 더 소중한 가족의 조건이 아닌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