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맨홀 - [리뷰] 뚜껑 아래 세상엔 왕이 살고 있었다

효준선생 2014. 10. 11. 07:30





어떤 영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불쌍하다. 질식할 것 같은 공포는 악취에서 시작한다. 




폐소(閉所)공포를 유발하는 스릴러 영화는 일단 좀 답답하다. 극히 제한된 공간을 오고가며 마치 관객들도 그 안에서 배우들과 함께 있는 듯 연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갇힌 공간, 그것도 어둡고 탁한 게다가 심하게 오염되고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반길만한 공간은 아니다. 대한민국 영화사상 가장 냄새나는 공간인 맨홀 속 공간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영화 맨홀, 그곳은 하수 처리장소와는 다른 곳이다. 각종 배선이 얽혀 있고 가스관과 수도관이 가로로 질러가는 곳이다. 얼마 전 수시로 발생한 공동현상도 이 지하공간의 여백과 무관치 않은 걸 보면 환영받지 못하는 공간이면서도 도시 생활을 운영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맨홀 안은 도시이기에 가능하다. 시골엔 이런 곳이 별로 필요없다. 그리고 그 맨홀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공포의 장이 이 영화를 통해 비유된다. 그건 바로 도시인의 지상 생활과 연관되어 있다고.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소년이 있다. 사회 부적응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한 상처를 그는 타인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당연히 사라진 사람들을 찾는 아우성이 시작되고 자신만의 공간에 성을 쌓고 싶었던 그는 불청객의 방문에 극심한 피곤을 느낀다.






길을 가다 발견하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실종 사건 전단지. 그 사진 속 인물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만약 살아있다면 제 아무리 먼 곳이라도 그렇게 오래 사람들 눈에 띠지 않을 수 있을까 유가족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만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니 그만이라고 지나치곤 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지하공간이다. 맨홀은 이 지하공간과 지상을 이어주는 터널과 같은 곳이다. 두터운 뚜껑에 가려진 두 곳의 경계선에서 우린 서로의 공간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대응한다. 설마 저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쥐새끼 들이나 들고나는 곳으로 알았던 그곳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는 가정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자꾸 사라지는 사람들의 면면이 겹치며 공포감은 극대화 된다. 부모 대신 보호자로 자처하는 언니와 여동생, 듣고 말하지 못하는 여동생의 안위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확인을 한다. 그러던 중 범죄 현장을 목격한 여동생은 범인에 의해 지하세계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목격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희생자도 늘어간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시작한다. 그리고 어렴풋하나마 그의 범죄 동기도 밝혀둔다. 물론 그가 그렇게까지 행동하는 바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게 세상을 향한 분풀이나 대리만족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희생자가 부분적으로 드러나지만 그들 역시 지상에서의 삶이 넉넉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보복성 영화는 잘 사는 동네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서민층이 많이 사는 모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식인하는 꼴이다.






복잡할 것 없는 이야기 구도를 짜임새 있게 만든 건 아무래도 배우들의 몫이다. 세트인지, 혹은 실제 맨홀 속 공간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공간에서 답답함을 무릅쓰고 촬영에 임한 배우들의 노고들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주고받는 대사 보다 몸을 쓰는 장면들이 많은 데 대신 소리쳐 주고 싶은 장면들도 많았다. “제발 일단 몸부터 피하라”고.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