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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 - [리뷰] 자신을 버려야 진정한 리더가 된다

효준선생 2014. 10. 9. 07:30





 어떤 영화? 제대로 된 리더십에 대한 신랄한 조건 제시





볼모로 잡혀간다는 건 대개 왕의 어린 자제나 조카를 대상으로 하기에 그 낯선 곳으로부터의 공포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천행으로 조국으로 돌아와 왕의 자리에 올라도 그 당시의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올라 나라를 다스리는데 움츠리게 마련이다. 이렇듯 볼모제도란 이웃한 작은 나라를 지배하는데 상당히 효율적인 제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유럽에 강한 목소리를 내던 시절, 동유럽의 작은 공국(公國:왕이 아닌 대공이 다스리던 나라)도 비슷한 신세였다. 지금의 루마니아의 전신인 왈라키아 공국의 통치자 블라드 역시 어린 시절 투르크 제국에 볼모가 가서 용병 신세를 면치 못했다. 어른이 되어 이제는 대공의 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투르크 제국의 침략에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는 신세다. 그리고 그 어두운 그림자는 현재진행형이고 제국은 수시로 사신을 보내 조공을 요구하고 공국은 볼모로, 혹은 용병으로 차출될 아이들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영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은 흡혈인간의 대명사 격인 드라큘라가 그저 사람의 피나 빠는 흡혈귀가 아닌 한 나라를 다스리던 통치자에게 자신을 버려 백성을 구제하려는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고통과 그 과정을 그린다. 워낙 잘 알려진 캐릭터지만 실제 알고 있던 것과 영화의 내용은 사뭇 달랐다. 아주 오래 된 고전 사극의 모양새지만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려준다.






아들을 볼모로 보내고 아리따운 왕비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있는 길도 있었건만 그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오히려 저주의 동굴에서 악마와 거래를 함으로써 일당백의 힘을 얻게 되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침략자들을 물릴  칠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은 물론 백성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만약 이 시대의 최고의 정치인이라면 과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겨우 몇 년 재임하고는 물러나면 호의호식하는 형편에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버릴 수 있는 용기가 난단 말인가.






블라드는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들이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무모했던 것인지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 이제 영웅은 죽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온 백성이 그를 기리게 되며 재림을 기다릴지 아니면 비운에 간 효웅(梟雄)이었다면서 혀를 차게 될지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루마니아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드라큘라가 탄생하는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기 그지없다. 태생적으로 빛이 나는 것들과는 친하지 않은 관계다. 드라큘라가 박쥐의 현신이라는 것과 극 중에서도 햇빛과 은화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사람의 피를 빨아야 살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애틋할 지경이다. 자신을 죽여야 모두를 살릴 수 있다기에 선택한 그의 결정은 현명한 것일까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이미지 컷들이 다분하지만 극 흐름을 긴밀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다크한 정서에 익숙하지 않아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