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행복배달부 팻아저씨 - [리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다

효준선생 2014. 10. 8. 07:30





 어떤 영화? 영국 공무원의 직업 윤리와 고용에 대해 사회분석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만화영화




영국 BBC 대표 애니메이션인 영화 행복배달부 팻아저씨를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마을 그린데일에서 근무하는 우체부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어느 소시민이 갑자기 불어 닥친 구조 조정으로 인해 가족과의 이탈리아 여행을 지키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오디션에 참가 그 기회를 노린다는 내용이다.






세로로 길쭉하게 생긴 팻 아저씨는 우편 배달부 일을 하는 공무원이지만 사실 그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동네 사람들은 작은 문제거리만 생기면 그를 불러 도와달라고 하는 통에 소방대원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그 마을에선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지만 막상 근무지인 우체국에선 그를 못마땅하게 보는 눈길이 있다. 바로 새로 온 우체국 국장. 그는 선진경영이라면서 인력을 대체할 자동화 설비를 소개하고 심지어 팻 아저씨의 역할을 대신할 로봇까지 들고 들어온다. 이건 바로 정리해고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나 볼 만화영화다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영국의 십 여 년 전 있었던 고용불안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말 작은 마을의 우편 배달부의 역할까지도 축소하고 그걸 기계로 대신하겠다는 발상은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의 단견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비단 영국에서 뿐 아니다. IMF 외환 위기와 금융위기 때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밥그릇을 놓고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었는가. 일이 터지고 고위직 들은 잠시 쉬었다가 다른 곳으로 다시 옮겨갔지만 막상 한창 일을 해야할 중간 관리자들은 평생 해본 적도 없을 자영업에 매달렸다가 얼마 되지도 않는 명퇴금만 날렸다는 소식들. 바로 영국의 팻 아저씨에게도 같은 운명이 닥친 셈이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단초가 된 것이 이탈리아에 여행가기로 한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가한 어느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폴 포츠라는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인생 역전기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었는데 휴대폰 영업사원이었던 그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상당한 돈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그의 탁월한 노래 솜씨였다는 사실을. 그런데 팻 아저씨에서 바로 그런 잠재능력이 숨어 있었다. 그가 최고의 독설가라는 사이먼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만화 영화 주인공이 얼마나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겠는가. 했지만 그의 노래가 나오는 순간 관객들은 만화 주인공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쳤다.






여기까지 보면 팻 아저씨는 그럼 머리 아픈 우편 배달부 일을 그만두고 벼락 스타가 되어 이탈리아도 가고 돈도 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연인가 싶겠지만 그걸로 다 끝난 건 아니다. 세상엔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에 대해 유난히 배 아파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가 스타이기 이전에 얼마나 직업 의식에 투철한 사람인지 알았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복보다는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고 노래 부를 때도 멋지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이 더 멋진 남자, 가족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더 잘 아는 남자.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팻 아저씨는 분명 본 받고 싶은 구석이 다분한 캐릭터였다. 장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텔레비전 용 만화 영화 주인공이지만 월급 조금 더 준다면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이직을 하거나 혹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칼을 휘두르는 일이 다반사인 불안한 고용시장에서 그의 이미지는 참으로 달라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