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지미스 홀 - [리뷰] 시대는 언제나 변혁을 요구했다

효준선생 2014. 10. 10. 07:30






 어떤 영화? 왜 켄 로치 감독을 일컬어 최고의 사회파 영화 디렉터라고 하는 지 느낄 수 있는 시간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은 잃을 것도 별로 없다는 말은 그저 자조적인 한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켄 로치 감독은 일련의 영화를 통해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부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그 반대편에 서있는 노동자, 서민, 실업자등의 목소리를 영화적 재미와 섞어 선보이는데 독특한 장기를 가진 그의 신작 한 편이 선을 보였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한 영화 지미스 홀은 실존 인물이기도 한 지미 그랄튼의 사회적 변혁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는 과정을 그린 멋진 사회파 영화다. 1930년대 전후로 서구 사회에서도 출렁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보내고 있었다. 세계대전의 여파와 각지에서 벌어지는 독립과 자치의 요구. 신흥강국으로 떠오르던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으로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할 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그들을 위협하던 때이기도 했다.






3년 전 어떤 사건에 휘말리며 원치 않았던 미국행, 그리고 그곳에서 보고 배웠던 변화와 진보적 생각들을 고향인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싹을 틔워 보고 싶었던 지미. 방치해두다시피 했던 낡은 마을 회관을 손질하고 그곳에서 재능기부와 지식 품앗이 방식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이라는 열망에 가득했던 마을 사람들을 한데 아우른다. 그들은 그곳에서 춤을 비롯해, 미술과 운동을 배우고 일손이 부족한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움직임에 딴지를 거는 세력들도 있었다. 바로 종교와 공권력이다. 기득권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교회 사람들은 신부를 중심으로 마을 회관에 모이는 사람들의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공동체 생활을 훼멸하기 위해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실질적인 협박과 물리적 공격으로 더 이상 마을 회관의 운영이 힘들어지자 지미와 친구들은 모종의 방법을 강구해 보지만 중과부적이라는 사실에 지쳐간다.






지미는 일종의 개혁을 주창하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리더였다. 하지만 이미 권력과 정보를 쥐고 있는 자들의 눈에 그게 달가울 리 없었다. 종교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을 회관에 나오는 어른과 아이들도 역시 교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 대신 그곳에 나가면 빨갱이다. 그리스도냐 그랄튼이냐는 식으로 흑백논리로 일관하는 신부의 모습은 폭압적으로 비춰진다.






백성이 주인이라는 말은 당시로서는 언감생심이는지 모른다. 하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가 자주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작은 마을 회관을 눈엣가시처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회관은 더 큰 세상을 알고 싶은 욕구와 ‘나만’ 이 아닌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조(相助)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거부당한 뒤 이들에겐 어쩔 수 없는 현실만 툭하니 던져진 셈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한마디씩 거든다. 비록 이곳이 사라진다 해도 여기서 배웠던 지식과 가치관은 절대 너희들 머릿속에서 사라질 리 없을 것이라고. 사상에 대한 탄압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머릿속까지 뒤집고 다닐 판이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에서 많이 가진 자도 그들 나름의 신념이 있고 그게 현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삶은 영속적이지 않다. 반대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뒤집어서 가진 자들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는 괴물로 만들지도 않았다. 더불어 잘 살자는 제안마저 자기들이 만든 프레임에 가둔 채 무력을 사용하고 말았을 때 그 사회는 ‘지미’를 잃은 것이 아니라 그 사회, 그 나라의 중요한 자산과 기회를 잃은 셈이다.






시작부터 20년대 미국인들의 모습이 오래된 영상으로 흐른다. 잘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도 있지만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의 힘겨운 모습도 같이 보인다. 마치 가난한 조국 아일랜드에서 쫒겨간 지미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지미의 정신과 지혜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미 그랄튼은 미국에서 생애를 마감했다는 자막이 흘렀다. 만약 그가 조국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었다면, 그의 마을은, 그의 나라는 지금과는 좀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자문(自問)도 해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