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슬로우 비디오 - [리뷰] 보이지 않아도, 결국 사랑입니다

효준선생 2014. 10. 7. 07:30






 어떤 영화?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사랑만 존재하는 세상에 경각심을 주다





세상에 볼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잠시 한눈을 팔면 나만 못보고 지나갈 까봐 눈을 부릅뜨고 살아야 한다. 당연히 늘 피곤한 눈을 하고 산다. 이러다 눈뜬장님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눈이 피곤하면 초록 산과 푸른 하늘을 보라고 했건만 회색 시멘트벽과 휘황한 네온 불빛에 그럴 수도 없다.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손끝이 오그라들 때가 있다. 별다른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주변에 혹시 폐쇄회로라도 달렸는지 두리번거리게 한다.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치안을 위해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가 자기가 아는 사람, 아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와 줄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마음 편해지지 않을까






어렸을 때 남과 다른 시각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부,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볼 수 있는 그 능력은 결국 언젠가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한 능력인데, 그 때부터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그의 선택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적응인지 몰라도 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바로 이 폐쇄회로 보안팀에서 근무하며 비로소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았다 싶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마이너적 요소가 짙다. 흔히 볼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초능력이라 하기엔 다소 힘든, 그렇다고 그 능력으로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적 존재로 부각하기는커녕 어쩌면 조만간 아예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선고를 기다리는 인물로 등장시킨다. 쉽게 이야기 하면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인 셈인데 그렇다고 마냥 처지는 영화도 아니다. 주인공에게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여학생을 닮은 여자를 만나게 해주고 언젠가 잃을지 모르는 시력 때문에 자기가 다니는 길을 스케치하는 장면들은 마치 판타지 멜로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아주 오래전 색에 대한 간단한 글을 요구받았다가 눈을 감으면 온통 흑(黑)일 것이다 라고 했다가 좋지 못한 소리를 받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당장 눈을 감으면 앞을 볼 수 없어 답답하지만 그동안 살면서 시각으로 느꼈던 수만 가지 색감은 시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장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이미지로 그려놓은 골목길 모습하며, 시각 장애인이 그렸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놓은 한 여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음으로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이 영화가 심심하다 싶을지 모른다. 파괴적 에피소드가 난무하는 요즘 극장가에서 골목을 모니터링 하는 장면의 연속과 눈을 가린 한 남자, 그리고 삶이 팍팍해 고민 중인 한 여자의 플라토닉한 연애담이 뭐 그렇게 심금을 울리겠느냐 하겠지만 이런 가을엔 그런 사랑이 잘 어울린다. 자신의 몸을 떼어주고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법이니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엔딩 즈음이 참 멋진 영화, 본적인 종로구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