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담 뺑덕 - [리뷰] 사랑에 눈이 멀었다

효준선생 2014. 10. 4. 07:30






 어떤 영화? 판소리 심청전 원작에 현대적 감성이 물씬 나는 스타일리쉬한 치정극





봉사가 된 심학규나 팔려간 청이보다 그녀가 불쌍했다. 영화 마담 뺑덕을 보면서 적지 않은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원래 복수극은 당한 사람이 가해자를 향해 독한 펀치를 날릴 때 함께 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복수의 뒤끝도, 그렇게 남겨놓은 잔재들에서도 통렬함이나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군가의 복수인지와는 상관없이 복수를 보여주었으니 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녀는 역시 불쌍했다.







추문으로 지방으로 쫒겨 온 대학교수 심학규와 문 닫기 직전 놀이동산 매표원인 덕이가 처음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 포인트에서 이 두 사람의 눈빛은 확연히 형형했다. 평소에도 호색으로 자자했던 남자에겐 이성에 대한 호감이 아닌 이해할 수 없는 현재의 처지를 보상받기 위함으로써, 여자에겐 구질구질한 그곳에서의 삶의 탈피와 번듯한 외모의 남성에게 끌리는 동물적 반응의 눈빛으로써 서로를 끌어당겼다.






서울 남자에 대학 교수에 베스트셀러 작가에 허우대 멀쩡한 남자에게 시골 처녀란 무슨 의미겠는가. 의부증에 준하는 아내의 등쌀과 좌천이나 다름없는 이 유배 같은 생활에서 그녀란, 잠시 환각을 선물하는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내심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불꽃같은 정사와 이어지는 순서는 상상했던 것 이상은 아니었다. 여자가 관계도중 교수님이 좋으면 좋다는 말과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말은 묘하게도 이후에 펼쳐지는 내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들의 관계가 순정보다는 치정에 가까울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한 것도 죄라면 덕이는 충분히 벌을 받은 셈이고 불쌍한 여자를 농락한 죄라면 심학규 역시 심각한 수준의 벌을 받은 셈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인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심청전을 떠올리게 된다.






봉사 아버지인 심학규 대신 공양미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빠진 청이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공양미를 탐낸 뺑덕 어미의 간교함에 우리는 얼마나 증오와 측은지심을 오고가며 마음을 주었던가. 이 영화가 판소리나 다른 영화를 통해 알고 있었던 심청전에서 얼마나 이탈했는지를 비교하다 보니 이 영화 후반부에 와서는 다소 지칠 수밖에 없었다. 잘 생긴 정우성이 자꾸 흰 자위를 굴리며 불안해하는 것이나 시각은 잃었으나 다른 감각만으로는 그 옛날 정을 나누었던 그녀를 인지할 수 없단 말인가 하는 의아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복수의 끝을 매조지하지 못한 채 서성거리는 덕이의 모습에서 그녀가 안고 살았던 지난 8년 동안의 세월이 무의미하게 묻히는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했다.  






정우성과 이솜은 늦가을 정취를 맘껏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낡은 관람차 안에서의 만남과 자취방에서의 정사, 그리고 서로를 갉아 먹을 듯 했다가 놔버릴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들이 마치 요즘 계절을 닮았다.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다시 물어보고 싶어졌다. 이들은 인연이었을까. 아님 악연이었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