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지골로 인 뉴욕 - [리뷰] 다른 사랑으로 위로 받을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4. 10. 2. 11:42





 어떤 영화? 우디 앨런 식 위트와 해석이 돋보이는 뉴욕발 사랑 메시지




우디 앨런은 참 독특한 삶을 사는 영화인이라는 생각은 그가 만든 영화든, 혹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든 공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형적인 미국인이면서 여러 민족의 피를 가지고 있는 자유인으로서의 그의 이미지, 왜소한 체구와는 달리 늘 활기차고 여성편력도 적지 않았던 그의 이미지, 뉴욕을 주된 배경으로 삼아 영화를 찍다가 한동안은 유럽 각국의 풍물을 담는데 매진했던 그가 최근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나 싶은 귀소본능의 그. 그랬든 그가 이번엔 연출이 아닌 출연으로 그의 모습을 선보인다.






영화 지골로 인 뉴욕이다. 영어 원제는 한물간 남창(男娼)이라는 다소 민망한 의미를 갖고 있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메가시티 뉴욕에 사는 뉴요커들에게도 사랑은 정말 정의하기 어려운 미묘한 문제라는 걸 ‘사랑도 대체할 수 있나?’ 라는 물음으로 이 영화는 해법을 구하고 있다.






뉴욕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는 노년의 할아버지 머레이, 운영상으로 문제로 고민중이던 차, 알고 지내던 미모의 피부과 여의사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는다. 바로 자신의 성적 외로움을 채워줄 남자를 구해달라는 부탁이다. 그런데 추가로 거기에 자신의 여자친구까지 더하자고 한다. 그는 플로라리스트이자 배관공인 휘오라반테라는 꽃 냄새 나는 이름의 남자를 떠올린다. 우연히 시작된 콜 보이 사업은 이상한 방향으로 성업하고 재미가 들린 머레이는 아예 닉네임까지 지어가며 사업을 확장하며 포주 역할을 하게 된다.  






최초 사단인 피부과 여의사나 그녀 곁에 머무는 미모의 여자 역시 어딘가 결핍 증세를 가지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들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유대인이자 율법에 억매인 삶을 살아온 한 여성과의 만남에서 반전을 이루게 된다. 이 영화는 주요한 세 여인과 피오라반테와의 만남과 그들과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게 될까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앞의 두 여자를 통해 육체적 관계(에로스)를 확인했다면 유태인 여자와는 정신적 관계(플라토닉 러브)에 가까워 보였다.






이 영화는 이상할 정도로 유대인이 많이 등장한다. 그 이면엔 이 영화에 얼마나 우디 앨런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조부가 유대인이며 전작인 돈을 갖고 튀어라에 등장하는 자서전적 내용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이 영화에선 휘오라반테의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감독은 주연으로 나온 존 터투로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우디 앨런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뉴욕의 일상이 크게 부담없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내용상의 약간의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괜찮았던 건 프랑스 인이면서도 아이를 여섯이나 낳고 여전히 유대인의 율법에 매여 사는 비련의 여성으로 분한 바네사 파라디의 열연이었다. 특히 사이가 벌어진 앞니가 인상적인 그녀는 실제 남편이었던 조니 뎁과의 결별로 힘겨워 하는 중인데 이 영화에서의 그늘진 모습이 자꾸 실제와 연결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천하의 지골로가 감히 쉽사리 범접하지 못한 그녀의 매력은 단순히 유대인이라서는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호의가 고마웠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던 그의 손길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결혼 생활의 불우함을 떨쳐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감정은 그녀 뿐이 아니었다. 소위 쓰림썸을 나누던 순간 여자들은 그의 눈빛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를 읽어냈다. 여성의 육감은 대단하다고 했던가 비록 육체적인 위로일 뿐이지만 그리고 자신의 몸을 내주는 일을 하는 남자임에도 사랑은 최소한 진실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이 영화의 주제와도 상통한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우디 앨런의 모습과 이리 저리 부평초 같은 삶이 싫지만은 안았을 한 남자. 그리고 여전히 지금 어디선가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성들의 모습이 초가을을 더욱 스산하게 만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