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리새인 - [리뷰] 내 마음대로 비뚤어질테다

효준선생 2014. 9. 29. 07:30






어떤 영화? 과거의 정신적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두 남녀의 썸싱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종교적 신념은 사람을 얼마나 옭아매는 걸까 아주 어려서부터 집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견지하며 사는 대학생이 있다. 전공은 철학이지만 그의 언변과 평소의 생활을 엿보면 마치 수사의 모습과 비슷하다. 특히 이성에 대한 부담감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는데 혈기왕성한 나이에 마치 이성에 대한 호감을 마치 죄악처럼 여기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과거 한 장면이 떠오른다.






부모의 부부관계를 알아버린 어린 소년, 역시 성직자인 아버지의 평소 말씀과는 딴판으로 그 광경을 마음속에 담아버린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장면이 떠올라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동성애적 성적 정체성을 가졌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수음은 하면서도 마치 타인의 물건을 훔치다 걸린 사람처럼 못 견뎌한다. 이런 장면들의 반복됨은 이 영화가 특정 종교라든지 남녀 관계의 직설적 화법이라든지 하는 걸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구나 싶었다.






사실 영화 바리새인은 홍보 과정에서 야릇한 에로 영화 쯤으로 선전해왔다. 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단 한차례, 그것도 격정적이라기보다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자신 없어 하는 한 젊은이의 고뇌를 봤을 뿐이다. 도대체 바리새인이란 게 무엇일까. 규약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위선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특정 종교의 인물들을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겉으로는 성인군자인 듯 굴지만 그들도 세속에 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의 욕정을 풀며 사는 건 마찬가지다 라는 의미로 쓴 제목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주인공의 전공 수업 장면에 할애한다. 철학과 수업은 무척 진지하며 단지 장면 전환을 위해 끼워놓은 설정만은 아니었다. 교수와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주제의식이 드러나 있고 그것이 다소 전문적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을 뿐이었다.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해서 주관과 객관을 거쳐 난상토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철학수업은 신학에서 말하는 교리와 다름아니다.






남자 주인공 승기는 정신으로 억압된 상태로 성장해왔다. 일탈이라는 건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집안 분위기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 조차 그의 숨통을 막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곁에 머무는 여자 선배와의 썸씽도 불편하기만 하고 그의 첫사랑 여자와의 애매한 관계조차도 있는 듯 없는 듯 싶다. 승기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안하던 술을 하고 아버지의 식전 기도시간마저 무시하는 모습에서 그가 지금 폭발 직전이라는 건 알겠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억압을 조금씩은 안고 산다. 하지만 이미 그 사회의 공고한 윤리나 가치관으로 인해 터뜨리지 못하고 안고 살 뿐이다. 후배를 보며 나름의 애정을 갖고 있는 여자 선배 역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장면이 그렇다. 자기만의 문제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방종과 다름 없는 행위를 해버린다면 그야말로 바리새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며 이 영화는 꼬집고 있다. 이 영화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예술 영화 범주에 들어가지만 실상은 전직 걸 그룹 멤버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금 정리를 했으면 크게 나쁘지는 않았을 테지만 영화 외적인 요소로 인한 어수선함이 먼저 다가오게 한 건 아쉬움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