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정글히어로 - [리뷰] 꼬마 너구리 정글의 법칙을 배우다

효준선생 2014. 9. 26. 07:30





 어떤 영화?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평화는 병립할 수 없음을 다시금 일깨우다




너구리과에 속하는 코아티가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주연을 맡은 영화 정글히어로가 선을 보였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멕시코가 합작한 이 영화는 과거 마야 제국이 있었던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정글 속 동물들과 그들을 밀렵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 하는 인간 사이의 한바탕 좌충우돌을 그린 소동극이다.






코아티의 습성상 호기심이 많고 장난도 많이 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영화 속 녀석들의 모습도 확실히 그래 보였다. 덜 알려진 동물임에도 왜 여태껏 애니메이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희소성 때문이다. 이번 영화도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몇몇 등장해서 정글의 수목을 남벌함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털과 가죽, 고기를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잘 묘사해 놓았다.






자기들만의 거처 안에서 서열도 있고 리더도 존재하는 코아티들의 마을, 주인공인 마누는 장난꾸러기지만 미래의 코아티 마을을 이끌고 나갈 히어로의 모습도 갖고 있다. 애석하게도 부모없이 자란 탓에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왕의 딸 사차가 그를 흠모한다는 말에 녀석은 사차를 위해 한 몸 바칠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그런 러브 스토리가 순탄하게 전개된다면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반대편에 선 악당의 이미지는 소위 슈퍼 치킨을 만들겠다는 과학자에게 투영된다. 그의 이론은 간단하다.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을 하나의 부스터 안에 넣고 돌려 버리면 엄청난 힘을 가진 새로운 종의 동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돈벌이가 되는 건지는 알 수 없어도 과학자로서 그의 집념은 끝까지 계속된다.






바로 이 기괴한 실험에 쓰일 동물들을 잡아들이고 그렇게 잡힌 사차와 몇몇의 정글 동물들을 구출해내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마누에 의한 사차 구하기 대작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사차가 아닌 새로운 종으로 변하고 말 것인가. 과학자의 쓸데없는 오기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사랑하는 그녀를 향한 모험담이 정글 이곳저곳을 누비며 펼쳐지는데 액션 어드벤처 영화처럼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원래 입체 영화로 기획된 영화라 그런지 낙하 장면이 유독 많아 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툰쉐이딩 렌더링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그림체 때문이다. 약간 번진 듯한 질감을 가진 이 영화는 어쩌면 처음 경험하게 되는 그림체가 될 수도 있는데, 작업자들의 수공(手功)이 잔뜩 들어간 기법이다.






주목하고 싶은 건 과학자와 그의 명을 따르는 사냥꾼은 미국 출신이고 그들에게 길 안내를 해주는 현지인은 과거 마야의 문명을 신봉하는 자다. 마야 문명의 영화의 한 축은 바로 이 알려지지 않은 정글이고 이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심각한 남벌에 그가 후반에 다른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비록 코아티라는 생소한 동물을 등장시켜 구출작전을 주된 소재로 하고 있지만 과거 찬란했던 문명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최근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정글의 모습이 보다 친숙해졌지만 정글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에게 외부인 들의 등장은 꼭 달갑지만은 않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개발이나 발전을 모토로 사는 오늘이지만 어찌 되었든 가장 소중한 것은 그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고 사는 자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린 마누의 목소리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아역 배우인 조성목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