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리 굿 걸 - [리뷰]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효준선생 2014. 9. 28. 07:30






 어떤 영화?  어른이 되기 위한 관문 앞에서 서성이는 두 소녀의 핑크빛 이야기





여기 두 명의 여자가 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입학을 기다리는 중이다. 죽마고우이고 서로 이웃이다. 남자는 없어도 친구가 없어서는 안될 사이지만 최근 만난 한 녀석 때문에 친구가 원수가 될 뻔 한 일이 생겼다. 회오리가 한 바탕 훑고 지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줄 알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런게 다 성장하는 과정이더라.






영화 베리 굿 걸, 다코타 패닝과 엘리자벳 올슨이 각각의 캐릭터를 맡은 이 영화는 외모는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속내는 확실하게 차이를 보이는 마치 두 자매 같은 여자의 이야기다. 세상 일에 대해 속으로 감춰두고 사는 데 익숙한 릴리, 쾌활하고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도 하는 제니, 이 두 친구가 엮어내는 이야기는 그 나이 또래 여자들이 흔히 겪는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순서에서 가장 앞서 등장하는 성인의례 정도로 보인다.






대뜸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 사람많은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던 두 친구는 아이스크림을 팔던 남자에게 시선을 주고 만다. 제니가 마음에 들어했지만 남자는 릴리에게 더 호감이 갔던 모양이다. 사진을 매개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두 사람은 릴리의 복잡한 가정사를 계기로 서로에게 뗄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제니는 두 사람 사이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며 두 사람을 오해하게 만든다.






낭랑 18세라는 말이 있지만 몸이 다 컸어도 아직 어른이 되기엔 이른 나이, 세상살이를 다 알 것 같아도 막상 닥치면 혼란스러워 할 나이. 아버지의 외도를 발견한 것도 그녀고, 엄마의 대책없는 행동에도 선뜻 박수만 쳐 줄 수 없는 답답한 상황, 그녀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는 거의 유일한 도피처였던 셈이다. 반대로 갑작스런 아버지의 타계로 상심한 제니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건 친구 릴리였지만 제니 역시 문득 이젠 어른이 되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이렇게 어른이 되야 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 그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성에 결부를 시키려고 했고 그 어긋난 향배에 당황하고 두려워 한다.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이들 사이에 계속해서 오해가 생기고 그걸 풀지 못하는 사이 릴리가 고민하고 있는 건 자신의 처녀성이나 남자친구와의 결별이 아닌 바로 동성친구인 제니와의 관계 회복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차원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결코 동성애적인 코드로 흘러가거나 주변 상황을 억지로 뒤틀어 그녀들을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리는 신파는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숙이라는 단어는 성장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키가 쑥쑥 자란다는 의미의 성장과는 달리,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이치를 깨닫고 그걸 체화하는 과정을 갖는다는 점, 누가 일일이 가르쳐 줘서야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대개가 다코타 패닝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가씨들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했다. 어른이 되기 위한 관문엔 영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멋진 머스마라도 잡아야 한다는 것부터 새겼는지. 아니면 어른이 된다는 건 고통이나 희생없이 거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는지, 우당탕거리는 사건은 없지만 작은 오해와 말실수가 가져온 나비효과가 바로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런데 극 중에선 이뤄지지 않은 커플로 나오는 엘리자벳 올슨은 이 영화를 통해 보이드 홀브룩과 실제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하니 최후의 승자는 그녀가 아닌가 싶다. 청춘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