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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막 - [리뷰] 슬픈 사랑의 전설, 서늘하게 웃기다

효준선생 2014. 9. 27. 07:30





 어떤 영화? 전쟁 뒤 끝에 남은 서민들의 애환을 애잔하게 담은 코믹 호러물




동양권 국가엔 귀신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있는 모양이다. 특히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형상화된 귀신들은 한국의 그것과도 무척이나 흡사하다. 고래로 도교와 불교, 혹은 토착 신앙과 결합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로 사람과 귀신을 나누며 스스로가 공포스러운 존재화 한 걸 보면 죽음이란 사람들에게 막연한 두려움 그 이상으로 존재해왔다.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 태국만큼은 그 어떤 외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던 국가다. 북쪽으로는 공산국가들이 둘러싸고 있고 남쪽으로는 서구 열강의 호시탐탐 노림이 끊이질 않았지만 독립국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지켜낸 그들에겐 자신들만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영화 피막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커졌다.






현지에서 개봉 했을 당시 영화 관객수를 감안하면 우리의 천만 관객이 들었을때의 붐을 연상케 할 만큼 대박을 쳤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스펙타클하지도 않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 이 영화에 태국 영화 팬들은 왜 그렇게 열광했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요소는 바로 인간들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은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무척 보편적인 가치관이 그들의 고유 문화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여겨진다.






시대적 배경은 지금이 아니다. 외세와 전쟁을 하는 걸로 보면 20세가 초반으로 보이는데 당시 아시아 전역에 몰아다친 전쟁의 광풍을 이곳도 비껴가질 못한 모양이다. 장정들은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는 한편 아낙네들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지아비를 기다리다 지쳐 여러 가지 이야기도 만들어내던 시절이다. 피막은 전쟁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귀향한 주인공의 이름이고 그를 기다리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의 이름은 낙이다. 이 영화는 이렇게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과 젊은 아내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스럽고도 약간은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믹 호러물이다.






여기엔 피막과 전우였던 4명의 인물이 등장해 극적 효과를 배가하고 이들로 하여금 각종 말도 안되는 해프닝들이 선보인다. 코믹적인 인물들인데 웃고 까불기 보다는 매사가 오버스럽고 주인공 남녀 주변에 머물며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간다. 한마디로 과연 누가 귀신일까를 지켜보는 재미가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바로 이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나선다.






나중에 누가 귀신인지는 자세하게 밝혀진다. 그런데 그 결과의 주인공이 누군지 보다 사랑 앞에 가로막고 선 장애물에 대해 세상 그 어떤 것으로 갈라놓을 수 없다면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알려주는 포인트에 이 영화는 감정선을 집중한다. 그 부분이 부각될때 많은 태국 영화 팬들의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낯선 제3세계의 보기 드문 장르의 영화다. 옹박으로 대표되는 무술 영화 일부분 정도가 소개된 적이 있었지만 태국의 색다른 영화 한 편을 통해 서구의 영화와는 또 다른 인간적인 면을 느껴 볼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