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리뷰]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

효준선생 2014. 9. 25. 07:30





 어떤 영화?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사실을 굳이 인식하지 않아도 좋을 참 고운 사랑 이야기





최진실, 박중훈이 부부가 되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신혼부부의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낸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24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선을 보였다. 영화계로서는 관제 영화와 노출 가득한 에로물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불우했던 직전 십년의 우울함을 떨치고 밝고 새로운 취향의 젊은 감각의 영화들이 막 선을 보이기 시작한 때였다. 박중훈은 전작을 통해 대학생 역할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진짜 어른 연기를 하게 된 셈인데 광고 모델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최진실과의 부부 역할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그 격정적인 사랑은 생각만큼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려운 모양이다. 남들은 그걸 권태기라고 했지만 이제 겨우 1년 여, 허니문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서로에게 등을 돌리며 살게 되자, 이 결혼 괜히 했나 싶은 게 때로는 서럽기도 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젊은 사람들의 마인드도 바뀌었을 거라 생각되지만 영화 속에 언급되는 장면만 놓고 보자면 크게 변한 건 없어 보였다. 아마 사랑의 과정은 조선시대나 구한말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비슷한 양상일 것 같다.






조정석, 신민아가 끌고 가는 신혼부부의 일상이라는 건 상상만 해도 얼굴이 발그레해질 만큼 열정에 가득하다. 마치 세트장처럼 꾸며놓은 아기자기한 신혼집, 9급 공무원으로 집 근처 주민 센터에서 일하는 시인 지망생 남편과 미술학원에서 임시직 강사로 일하는 아내에게 신혼을 위협할 요소는 끼어들 틈도 없어 보일 정도로 생활 자체가 곱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 늘 같은 것 같지만 다른 것 같고, 사소한 일에도 불평이 쌓여가는 즈음, 이 두 사람에겐 서로의 방향이 아닌 등을 진 채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각자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들이다. 이런 것들이 무슨 위험 요소가 될까 싶은데 영화에서 풀어놓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니 조금만 잘못되면 어긋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들에게 여전히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결혼 전 상대방에 품고 있었던 막연한 동경이나 따뜻함 정도가 아니었을까 함께 있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고 함께 있는데도 자꾸 보고 싶어지는 마음. 여느 커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일상이 진부해져가자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의미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예전 좋았던 시절을 되돌아보고, 당시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을 야한 이야기도 공유할 수 있으니 그들의 불안했던 사랑이 다시 제 궤도에 안착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들을 반겨주는 건 많지 않아 보였다. 반복되는 하루하루,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실 오리지널 영화를 본 지가 기억조차 나질 않아서 영화의 엔딩이 어떻게 되었나 기억을 끄집어내느라 좀 분주했다. 혹시 새드 엔딩이었으면 어쩌나. 이렇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사고나 죽음을 맞게 되나 싶어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영화를 본 적도, 아니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어린 관객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고 해도 완전하게 새로운 로맨틱 멜로 드라마라고 여겨도 좋을 만큼 새롭다.






당시엔 없었던 각종 디지털 기기의 현란한 조작과 익살스러운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이 영화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사랑을 의심할 단계에 접어든 커플들에겐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삼청동 일대의 수려한 풍광과 주연 남녀 배우의 화학적 결합도 제법이다. 그나저나 만약 자기 남편이 조정석이고 자기 아내가 신민아라면 싸울 일도 없을텐데.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혼 남녀들에게 결혼도 나쁘지 않은 선택임을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