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유고와 라라 : 신비의 숲 어드벤처 - [리뷰] 함께 하면 더 행복한 세상

효준선생 2014. 9. 23. 07:30





 어떤 영화? 동심을 활용해 어른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은 제안, -환경보호와 차별없는 세상-




어른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들도 분명 겪었을 어린 시절의 뜨거운 모험심을. 어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집에 고분하게 앉아 책만 보는 것을 착한 아들의 표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창 호기심에 충만해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 지를. 그건 용돈을 두둑하게 쥐어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제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통해 동심 속 세상이 마냥 어린아이들의 치기어린 상상만이 아님을 밝혀주려고 한다.






영화 유고와 라라 : 신비의 숲 어드벤처는 열 살 남짓 된 중국의 한 남자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차별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조목조목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가 중국 만화영화라는 것이 아이들 눈에 바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괄목할 수준에 도달했음이 놀랍다. 특히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연 캐릭터의 입체감이 살아 있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려한 풍경은 중국의 아름다운 경관을 차용해 와 헐리웃 영화에선 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으니 이제 중국 만화 영화는 좀더 빈번하게 한국 영화 팬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유고는 아버지와 살고 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다정다감한 배려와 사랑에 늘 목말라 하지만 아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화려하게 장식하는 활강 오프닝 씬은 그의 성격과 앞으로 이 영화가 추구하는 다양한 모험의 세상을 비유한다. 유고가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일종의 타임 슬립 같은 것인데 그곳의 모습은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숲 속 마을과 두더지가 장악한 지하 동굴 세상. 지상과 지하라는 대조는 오늘날 이른바 이데올로기의 정체(政體)에 따른 구분일 수도 있고 빈부 격차에 따라 구분된 사회일 수도 있다. 특히 지하 세상의 수장이 언급한 덩치 큰 동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라거나 그들의 체구를 줄여 그들을 무력으로 통치해 보겠다는 일념은 어찌 보면 쿠데타 독재정권에 비유된다. 어찌되었든 이분화된 세상에서 그들이 원수처럼 지내야 하는 현실에 인간인 유고가 끼어들어 중재를 한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인데 제 3자라 할 수 있는, 그것도 아직은 어린 아이에 불과한 유고가 할 수 있는 일, 혹은 생각이라는 게 점점 어른의 사고를 능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캐릭터들은 유아기에 가지고 놀던 완구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과 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생명의 샘으로 비유되는, 인위적으로 건들이지 않은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는데 여념이 없고, 또 원주민으로 칭하는 만두 괴물 얼큰이와 곰과 라이거, 여우등 숲 속의 동물이 자신을 통치하려는 두더지 무리와의 공생을 부르짖는 부분에 이르면 생각이상으로 큰 주제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와 같은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며 눈에 불을 켜고 살의를 내뿜는 요즘,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분노를 삭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혹 아이들이 툭 던지는 한 마디에 어른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혜안이 담길 수도 있다. 어린 아이가 꿈을 꾼 것이라고 가볍게 여길 내용임에도 그 안엔 어른이 되서 잃어버리고 사는 삶의 가치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어른들에게도 의미있는 잠언이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숲 속의 멘토인 여우대사, 우리 사회에도 이런 큰 어른이 있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