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툼스톤 - [리뷰] 아날로그 감성으로 추리하다

효준선생 2014. 9. 20. 07:30






 어떤 영화?  과거에 매달린 채 트라우마를 씻으려 하는 어느 전직 형사의 고독한 질주




어느덧 노장 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 배우 리암 니슨, 중후한 외모와 목소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며 원톱 영화의 주연 배우로 사랑받는 그의 최근작을 살펴보면 공통된 뭔가가 있다. 바로 독특한 공간적 배경이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거나 혹은 비행기 안이거나 심지어 신화 전설의 한 복판에서 연기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 영화 툼스톤의 경우엔 공간적인 배경말고 시간적인 배경에 더 할애했다. 바로 세상 사람들이 얘기하던 1999년 세기말의 어느 날이다.






벌써 15년이나 지난 그 해엔 특정 종교인들의 허장성세와 Y2K로 상징되는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등으로 밀레니엄과 동시에 지구엔 상상할 수 없는 변고가 일어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허나 그 가당찮은 호들갑 뒤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인간이기 가질 수 없는 나약함이 공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늘 그렇듯 한 해 한 해가 쌓여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나온 셈이다.






알콜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 낮술을 마시다 마주친 우연한 범죄현장, 그는 과도한 대응으로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때의 충격은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그에게선 질 나쁜 알콜 냄새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의 두툼한 외투엔 자신이 형사였음을 상징하는 징표가 있고 그걸 내보이면 사람들은 주눅이 든 척한다. 여전히 형사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안에서 하루를 지낸다.






그런 그에게 뜻밖에 의뢰가 들어왔다. 현직 형사도 아닌 그를 찾는 사람 역시 마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고 찾아야 하는 실종된 인물도 일종의 원죄 안에 빠진 사람이다. 이 부분부터 이 영화가 탐문 스릴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오프닝 장면의 총격신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액션 영화로서의 면모는 거의 없다. 뭔가에 마취된 듯 흔들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거기에 연루된 범죄인들과 잔혹하기 그지없는 범죄 현장들.






그 아수라장 같은 곳에서 형사가 아니면서 형사인 듯 행세하려는 그의 모습이 어딘지 불안해 보이고 범죄자들의 면면을 만나면서 갖게 되는 두려움 같은 것도 슬며시 끼어들었다. 그에겐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의 용의자와의 최후 한 판은 나이란 다시 한번 사회가 부여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 힘이 들만도 해 보이지만 노익장의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다.






상대를 제압하는 순간, 중독자 모임에서 나왔던 선서들이 줄줄이 흘러나오는 것이 이채롭다.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선언문을 낭독하며 의사로서의 윤리의식을 강조하듯, 이미 현직을 떠난 노회한 형사 출신의 그가 몸을 쓰는 장면에서 오버랩되는 묵직한 언어들의 연속. 사람은 결국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험한 세상을 만나 누군가의 손에 비명횡사를 할 수도 남들이 다 말하는 운좋게 천수를 누리고 자연사를 하든, 세상에 왔다 사라짐을 남길 수 있는 몇 마디가 묘비명에 새겨질 날이 올 것이다.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그리고 가는 그 순간까지 후회는 없었는지, 남들은 뭐라고 할지 몰라도 맷 형사에겐 의미있는 몇 마디 정도는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