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랭크 - [리뷰]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얼마나 정확한가

효준선생 2014. 9. 18. 07:30






 어떤 영화?  가면을 써야만 살 수 있는 현대인의 소회를 미치도록 그려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옆 자리 동료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늘 보는 사람이지만 오늘따라 좀 달라 보인다. 그다지 많은 표정을 지으며 사는 인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매사에 긍정적이거나 득도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감추고 사는 정도라고 보인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럴 것 같다. 속마음을 다 터놓고 살지 못하는 건 도시 사람들의 전형이지만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하소연을 내놓고 반응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은 고민조차도 맨 얼굴이 드러나는 자리가 아닌 극도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 더 편한다는 마음. 거부할 수 없다. 나 뿐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영화 프랭크를 보기 전, 주인공인 그가 쓰고 나오는 탈바가지가 하도 독특해서 혹시 이 영화가 가면 증후군을 다루고 있나 싶어 찾아 보았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만약 끝끝내 그가 그 버거운 무게감의 탈바가지를 벗지 않았다면 그건 가면 증후군을 앓고 있는 현대인을 꼬집기 위한 계도극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일종의 병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을까가 가장 궁금해졌다.






세상엔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자신의 성과물을 실명과 얼굴과 함께 들이미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지금은 덜 한 편이지만 얼마전만 해도 얼굴없는 가수라고 하며 신비주의로 포장해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려는 가수도 꽤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도 그런 케이스는 아니었나 그런데 얼굴을 드러내는 것 이상의 임팩트 있는 그런 탈바가지로는 오히려 그의 정체가 더 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경우엔 헬멧을 쓰고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외모로 인해 음악성에 훼손을 가져올 것을 걱정하거나 혹은 그런 복장이 장르에 어울린다는 판단 때문에서 일 것이다.






이름을 한 번 들어서는 기억조차 하기 힘든 영국의 무명 밴드, 그 들 중 한명이 바로 프랭크다. 음악을 하긴 하지만 그들의 음악이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뮤지션으로서 삶을 사는 것 같지도 않다. 멤버들은 왜 그가 자신을 감추고 사는 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젊은 키보디스트 존에게 그 궁금증의 해결사로서의 역할이 주어졌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에 수시로 접속하며 반응을 본다. 이렇게 한 팀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데 극도로 인색한 프랭크와 반대 성향의 존은 밴드로서의 무계획적인 일상과 서로에 대한 견제와 이해를 쌓아간다.






이 영화를 막연하게 코미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영국 영화 특유의 위트가 적절하지만 개콘 스타일의 빵빵 터지는 웃음보다 한 남자의 과거의 기억이 이미 어른이 된 뒤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는지, 그리고 가족과 비밀의 열쇠를 쥔 한 여자의 모습을 통해 익명성 뒤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현실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가 가미된 드라마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최근 몇 년간의 다작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온 독일 출신의 마이클 패스밴더가 줄곧 탈바가지를 쓰고 나오는 영화라 하여 관심이 높았다. 영화 종반부까지 영화 관객에게조차 민낯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가 아주 천천히 자신의 본 모습을 끄집어 내는 장면에선 마음이 좀 아팠다. 한 참을 에둘러 돌아온 뒤 늘 함께 했던 멤버들 앞에서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 안에서 그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고 있는 건지 쉽사리 아는 척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맨 얼굴로 살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꽁꽁 감추고 사는 우리들은 그와 비교해서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는 공감이 그의 노래가 다 끝나는 엔딩 크리딧때까지 쉽게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