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피노키오의 모험 - [리뷰]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효준선생 2014. 9. 17. 07:30






  어떤 영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동화의 실사버전, 어른들에게도 추억이 방울방울





이탈리아의 작가 콜로디 원작의 피노키오의 모험은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온 독특한 캐릭터의 동화다. 그 한 가운데는 나무토막이 우여곡절 끝에 인간이 되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있다. 소나무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의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천방지축이던 철없던 모습에서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점차 인간이 될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록 지금 인간의 모습이지만 나무토막 인형만도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준다.






영화 피노키오의 모험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물론 두 가지 캐릭터, 피노키오와 그와 함께하는 귀뚜라미 요정 코코는 실물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지만 그들의 움직이는 모습은 실사에 삽입된다. 배경이 되는 곳은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마을이지만 감독이 독일출신이라 그런지 독일 문화의 영향도 곳곳에서 보인다. 피노키오가 독일어를 배운다는 설정도 그렇고 피노키오를 괴롭히는 어른들 중엔 라틴계가 아닌 게르만계 얼굴을 한 배역도 그렇다. 아무튼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코코의 역할을 제외하면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으며 만화가 아닌 실사로 구현이 가능할까 싶었던 장면들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고 있다. 






원래 움직이는 나무토막이 제페토 할아버지의 조각 솜씨로 인형으로 거듭나지만 생명력을 얻는 건 파란 요정 덕분이다. 뜻밖에 아들을 얻은 아버지가 기뻐하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나무토막 인형이 마치 사람처럼 마을을 돌아다는 데도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진짜 사람처럼 대해주는 게 독특했다. 그런데 영화 속 어른들의 모습이란 게 모두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금화를 노리는 도둑과 아이들을 꾀어 당나귀로 만들어 파는 마법사의 모습등은 나쁘게 이야기 하면 아동 약취 유괴범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선의를 베푸는 어른들도 있었다.






피노키오로 대표하는 동심은 세상물정에 아직은 어두운 어린이들의 마음 그 자체다. 그런 것들이 어른들에 의해 굴절되고 왜곡되어 수용되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실망도 하고 좌절도 할테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 역시 성장통이라 생각된다. 다 아는 것처럼 고래 뱃속에 들어간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어린 아이로서는 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느끼게 한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정말 오래전에 본 동화 한 편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겨져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진귀한 체험을 한 셈이다. 어릴 적 만약 이 동화를 읽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그때의 동심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왜 이런 반 영화, 반 만화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릴 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미국 영웅 캐릭터 코믹 북에 더 익숙한지 모르겠다.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세상엔 무수한 동화가 있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살면서 어느새 추억을 환기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결 쌀쌀해진 날씨지만 따뜻함을 안고 극장을 나섰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