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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팅게일 - [리뷰] 마음속 고향이 눈 앞에 펼쳐지다

효준선생 2014. 9. 16. 07:30






  어떤 영화?  가족과 고향의 가치에 대해 자연을 빗대어 아름답게 그려내다





시골에서 올라와 출세를 했다는 소리를 듣지만 가슴 한 켠에 자리한 고향이라는 단어엔 애증이 서려있다. 가난과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만의 삶을 영위하는 고향과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조금씩 지쳐갈 때쯤 문득 떠오르는 곳도 바로 고향이다. 도시 출신들에게 고향은 하루아침에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질 운명의 아슬아슬한 곳이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고 언제든지 찾아가면 인정으로 맞아줄 곳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감독 피터 뮬은 서양인 감독들이 범하기 쉬운 지나친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 영화 나이팅게일을 찍었다. 그가 보는 중국은 마냥 신비로운 감춰진 보석 같은 곳이거나 막 발전을 시작한 번잡한 곳만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예외없이 살고 있고 이질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듯 싶지만 끈끈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중국 남부 광서 계림 일대에서 로케를 했고 전문 배우가 아닌 그 곳에서 지금을 보내는 서민들을 영상 안으로 불러 들였다. 오히려 고향을 찾아간다는 설정의 주인공들이 쭈뼛거릴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고향이 있어 찾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요 행복이다. 먼 여정이지만 덜그럭거리는 기차를 타고 수시로 바뀌는 차창 밖 풍광을 몇 겹 지나고 나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떠나올 때는 도시에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다시 안 돌아오리라 마음 굳게 먹었건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건축가로 자리를 잡은 남편과 역시 자기 일을 하는 아내에겐 언제부턴가 마음의 골이 생겼다. 하나 있는 10살 정도의 딸이 메신저 역할을 하지만 그에게도 누군가와 소통할 여력은 없다. 그저 디지털 기기와 노는 것 뿐이다. 영화에서 베이징이라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변화하고 있는 대도시의 모습과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허황되어 보였다. 거풀을 벗기면 나신이 그대로 드러날 야박한 모습이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이제 우리도 잘 살게 되었다며 폼을 잡는다. 하지만 여전히 허전한 건 그들의 마음이다.






어린 딸이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자신의 친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갔다는 말을 들은 아들은 그걸 말리지 못했다며 아내에게 역정을 낸다. 하지만 그에게도 그곳은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자 아버지에게 여생을 보낼 공간이라는 걸 잘 안다. 도시 생활에 찌들어,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뭔가 누추하고 뭔가 없어 보이는 자신의 원적(原籍)을 거부할 뿐이다.






할아버지와 소녀의 고향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엉뚱한 방향의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고장 나면서 묵게 된 시골 집, 그리고 한참을 헤매다 동굴에서의 하룻밤등. 도시 소녀에게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진귀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전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세대간의 격차와 가족간의 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소황제라는 말이 있듯, 한 집에 달랑 한명의 아이만 두다 보니 이 소녀도 처음엔 제멋대로였다. 그러나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마치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도시 부모 아래서였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가지 철든 모습이 드러난다. 아이에겐 이번 여행이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바다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할아버지와 시골 아이들과 어울려 뛰노는 일이 단 한번도 없는 소녀, 두 사람은 마치 조롱에 갇힌 채 살아야 하는 애완용 새에 비유되었다. 할아버지가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다니는 조롱 안의 새가 영화에선 자유를, 한 걸음 더 나아가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는 촉매제가 된다. 우연의 일치지만 나이팅게일이 아픈 환자를 돌봤다면 새의 이름인 나이팅게일은 오랫동안 잊고 지내며 불현듯 시름겨워했던 우리의 노스탤지어를 일깨워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 영화엔 북경뿐 아니라 이렇게 계림, 양삭, 용승일대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당장 가고 싶다








http://www.youtube.com/watch?v=CppNJ005Wsw  박광현 <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