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설계 - [리뷰]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효준선생 2014. 9. 14. 07:30





  어떤 영화?  복수에 나선 여자,  배신에 치를 떠는 여자, 행복은 어디에?




“사람이 우선이다” 라는 슬로건에 격하게 호응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돈의 소지여부는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부자들에게 있어 돈을 챙겨놓는 것은 일종의 사명감처럼 보일때도 있다. 한 번 자기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결코 허투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부자들이 왜 부자가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만든 돈은 결국 자신의 목에 비수를 겨누게 하곤 했다. 그 때문에 돈엔 주인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영화 설계, 제목만 봐서는 건축과 관련된 내용인줄 알겠지만 조직에서 모종의 목표를 위해 짜놓는 계획이라는 은어다. 그리고 그 조직은 대개는 불법적인 것들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선을 보이는 신은경은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그 복수를 위해 험한 일을 마다 않는 철혈여인으로 나온다. 복수 느와르인 셈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영화 후반부 웃음이 흘러나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등장인물들은 흉기를 들고 눈에는 핏발이 서는데 웃음이라니, 도대체 어떤 설계였던 걸까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이 영화의 흐름이 바로 그런 상황의 연속이다. 사채업자가 사채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만신창이가 된 사연, 그 아수라장 속에서 겨우 몸만 빠져 나온 채 복수를 꿈꾸는 한 여자. 가진 게 없지만 그녀는 무려 12년을 버텨냈다. 독하다. 영화 초반엔 가냘픈 여대생으로 나온 여자가 어느덧 시간을 덧입고 30대 마담으로 등장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한 설명은 없다. 대신 그녀는 스스로가 부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아버지가 했었던, 그리고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사채업자의 모습이다.






비록 시간이 훌쩍 지나 외모도 바뀌고 세상살이에 길들여진 모습도 얼핏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마음 속 깊은 속에 자리잡고 있던 복수심은 사라졌을까 그랬다면 이 영화는 존재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이 어떻게 사람을 구속하고 또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지는 후반부에 급박하게 몰아치는 상황이 설명을 하고 있다.   






“설계 하자”는 말은 여주인공 입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바로 그 상황이 복수하자는 말로 치환된다. 그리고 그 복수의 과정은 상당히 생략되고 간결하게 마무리가 된다. 90분 영화 속에선 그럴 법도 하지만 한 여자가 품고 있던 오뉴월의 서리치고는 너무 빨리 내린 셈이다. 그리고나니 허전한 틈에다 약간의 치정 멜로를 집어넣지만 결국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교훈만 전달한다. 그녀가 재차 코너에 몰리는 장면이 나온다. 배신하면 죽는다고 경고까지 했지만 살아온 일생의 절반을 이꼴 저꼴 못 볼꼴을 살았을 그녀에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닐테고, 그녀가 잃었다고 생각한 돈보다 더 큰 후유증이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녀가 평범한 여염집 딸로 살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비록 사채업자의 딸이지만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차량을 끌고 다니며 상류인생인 척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젠 원하던 것들을 차곡차곡 손에 넣었으니 그녀는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그녀와의 한판 전쟁에서 진 누군가에 의해 설계당하지는 않을까 불안에 사는 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해서는 아무도 그렇게 만들어진 행복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설계 (2014)

9.2
감독
박창진
출연
신은경, 오인혜, 이기영, 강지섭, 최용민
정보
스릴러 | 한국 | 201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