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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쓰링 - [리뷰] 쉿, 어른들만 아는 요지경

효준선생 2014. 9. 11. 07:30





 어떤 영화? 사랑은 하고 싶지만 뜻대로 안되는 썸남썸녀의 갈등 극복기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그게 생각이 난다고 하고 팔순 노인도 한사코 자신의 정력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는데 실상은 그런 것만도 아니다. 만물은 시간이 흘러가며 쇠잔하게 마련이며 인간의 그것도 마찬가지다. 부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법칙 같은 것들이다. 인간의 성에 대한 수많은 아포리즘들 가운데서도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제든지 원하면 할 수 있는 축복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면 크게 망신을 당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이다. 그럼에도 자기는 예외라며 여전히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인간이 있다.






영화 레쓰링은 오랜만에 선보이는 섹시 코미디다. 더 이상 나올게 있나 싶은 장르이긴 한데 예전 영화 몽정기를 통해 애들의 성에 대한 관심에 이어 어른들의 그것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상태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남자, 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채신머리가 없어 보이고 어떻게 교수 자리를 딴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그런 인물이다. 결정적인 건 자신의 제자와 동거중이고 영화에서 언급되는 하룻밤과 학점이 교환되는 장면에 이르면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두 여자를 통해 성이란 지키는 것이라는 고래의 관습과는 거리가 먼, 얼마든지 환금할 수 있는 이 시대의 경제수단으로 전락한 현상을 비틀고 있다. 남성은 시각에 의해 성적 반응을 얻고 여성은 분위기에 끌려 성적 반응에 도달한다고 하지만 도처에 자극적인 성적 코드와 메시지가 넘쳐나고 이성에 대한 노골적 대시가 아무런 부끄러움이 되지 않는 지금, 진실한 사랑이 덧입혀진 성행위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자신의 행동이 설사 지키는 성이 아닌 보여주는 성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진실한 사랑을 찾는 커플들이 존재하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은 이들 간의 에로틱한 분위기 조성과 그걸 성공하지 못해 쩔쩔매는 남자의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정작 그들에게 자신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성이라는 게 물질적 혜택과 교환할 수 있는 것과는 뭔가 다른 거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진실한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되는 시점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혹은 그런 자각도 타인에 의해 비로소 깨닫게 되는 각성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의지에 따라 하지 않는 것이 동물과의 차이일 지도 모른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곁에 있어 성기에 자극만 받을 수 있는  대상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잠시 지나가는 파트너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랑한다면 그저 곁에서 지켜봐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 때 사랑은 그제서야 육체를 탐미해도 좋을 시간이다.






어른들에게 레쓰링은 또 다른 의미였던 모양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쇼를 다하던 인물이 일단 자기 품안에 있다고 생각한 여자를 상대로 한 무력은 사랑을 빙자한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야간 레쓰링이 남녀 관계의 폭압성이나 맹목성 따위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남녀 관계라는 게 어디 정답이 있겠는가.






강은비에서 이름을 바꾼 송은채와 전망 좋은 방에서 일약 주연급 배우로 떠오른 하나경이 코믹 배우 이미지가 강한 최성국과 만났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니 만큼 피부색 화면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 세계를 잘 아는 성인들에게도 웃음만큼이나 민망함도 적지 않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