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콰이어트 원 - [리뷰]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기(驚氣)

효준선생 2014. 9. 12. 07:30






  어떤 영화? 그 동안의 공포영화에 등장한 놀래킴의 사례를 갈무리한 호러 종합선물세트





영화 속 공포는 매체의 특성상 시각에 의해 많이 놀랄 것 같지만 대개의 공포영화들은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함으로써 영화 팬들의 공포를 끌어내곤 한다. 제 아무리 무섭다는 공포영화도 소리 없이 보게 되면 대부분 무감각하게 반응할 확률이 크고 마음의 준비가 비교적 용이한 시각적 장치나 미술보다는 평소에 사람의 청각이 거슬려 하는 소리들, 예를 들어 질질 끄는 소리, 불규칙한 두드림 소리, 그리고 쾅하고 닫거나 떨어뜨리는 소리들이 주로 공포 영화의 청각적 효과들이다. 물론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최근엔 시각적 공포 역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이렇게 보다 진보된 시각과 청각의 합동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놀라는 경험을 즐겨볼 수 있다는 것도 최근 공포 영화의 특징이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정말 좋아했던 메탈 락 넘버인 콰이어트 라이엇1의 Cum on Feel The Noize  로 시작하는  영화 콰이어트 원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청각적 공포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현재가 아닌 197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클래식 호러 장르를 표방한 만큼 옛 것이 주는 어딘가 익숙한 놀래킴에 어느 정도는 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만치 않은 건 그간 호러 영화에서 놀래킴의 장치들로 활용하던 대부분의 것들을 그것들을 모두 클리셰한 것들로 여기게 했다는 점이다. 마치 이 영화 한 편만 보고 나면 공포영화를 보고서도 놀라지 않을 수 있다는 교본처럼 만들어 냈다.






그만큼 다양한 공포 영화의 하위 장르들을 골고루 섞어 놓았다. 그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건 퇴마의식이다. 이는 종교와도 관련이 되어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눈에 보이는 실체와 그 안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의 내적 갈등을 공포로 승화한 것들인데, 영화에선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흔하게 전직 성직자를 모셔다 놓고 거행하는 퇴마 의식 따위는 없다. 마찬가지로 죽어라고 과학적 판단으로 영험함을 체크해보려는 어느 교수의 집요함만이 존재할 뿐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방년의 처녀, 어린 시절 아픈 상처를 안고 살고 있고 지금껏 제대로 잠도 못자고 마음 편히 살지 못했다. 이에 심령을 과학으로 인지하는 교수는 제자 둘, 그리고 촬영을 담당할 남자를 데리고 외진 저택으로 온다. 그곳에서 제인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통제된 채 교수 일행에게 감시의 대상이 된다. 당연히 그 다음 수순은 예기치 못한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대개는 이미 다른 공포 영화를 통해 만나 본 장면들인데, 이 영화가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엔딩 크리딧에서 흑백 사진과 영상으로 처리되는 데 진위 여부를 떠나 인간에게 영혼이 있느냐의 문제를 두고 이를 과학적인 잣대로 풀어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던 1970년대 필립테스트가 이 영화의 근간이 되는 셈이다. 제인은 자신의 몸 안에 자아와는 또 다른 초자아인 이바를 인식한다. 문제는 맨 정신인 상태에서도 이렇게 또 다른 자아를 인식한다는 게 드문 일이긴 한데 그로 인해 더더욱 힘겨워 하는 제인과 그녀를 둘러싼 나머지 인물들간의 갈등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쉴 새 없이 몰아치다가 잠시 쉴라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가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조사를 통해 그 정체가 과거의 어떤 의식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하고 그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되자 이 영화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영화의 키맨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인을 보면서 과거 한국에서 태풍이 불고 가뭄이 들면 그게 용왕님이나 하늘님이 보살피지 않아서 그랬다며 어여쁜 처자를 제물로 바치던 풍습이 떠올랐다. 영문도 모른 채, 희생양으로 살아야 했던 그때 그녀들의 한숨과 서러움이 서구에서도 존재했겠구나 싶다. 실제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제인역할의 올리비아 쿡의 커다란 눈망울을 보니 그녀가 왜 유독 호러 영화의 타이틀 롤로 자주 등장하는 지 이해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강도의 공포에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1. 소위 LA 메탈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팀, 모트리 크루, 건즈 앤 로지스등, 묵직한 사운드와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던 영국쪽 헤비메탈과 달리 멜로디 라인을 중시하던 메탈의 하위장르. 80년대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콰이어트 라이엇의 Cum on Feel The Noize는 대표곡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