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길 위에서 - [리뷰] 인연을 지우기 위해, 만나기 위해 떠나다

효준선생 2014. 9. 9. 07:30





    어떤 영화 : 정적인 영화인데도 가슴 콩닥거리게 하는 힘이 있다





중국 유학하면 중국어를 연마하는 것으로만 여기던 시절을 보내고 나니 이젠 그곳의 문화 컨텐츠를 습득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영화는 시장 뿐 아니라 제작과정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곳의 영화 아카데미에는 적지 않은 한국 유학생들이 공부 중이고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있다. 영화 길 위에서를 찍은 김풍기 감독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특히 연출부 전공으로는 최고의 수준이라 평가받는 북경전영학원(필름 아카데미)출신인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의 배우와 중국 문화를 접목시키는 시도를 해냈다.






영화 길 위에서는 제목처럼 로드무비다. 아내와의 마지막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남행열차에 탄 한국 남자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국 여자의 미묘한 감정 장면들이 열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과 어울려 따뜻하면서도 이들이 어떻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이영애의 남자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지진희와 차수연이 부부로 나오며 주성치의 쿵푸허슬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바 있던 황성의가 열차 안에서 만난 중국 여자로 나온다. 대사가 중국어인 바 지진희의 중국어 실력이 궁금했는데 이미 홍콩 영화 퍼햅스 러브를 통해 중국어 실력을 과시한 바 있는 그에겐 이번 영화 속 중국어 대사가 큰 어려움은 아니었던 듯 무리가 없어 보인다. 속사포로 쏟아낼 필요도 없고 한국인이라는 설정 탓에 보다 부담없이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영화는 절반 넘게 북경에서 출발해 중국 남부의 어느 시골 마을로 가는 여러 날의 일정을 밤낮 구분없이 담고 있다. 한국에선 밤 기차라는 상징성조차 찾기 어려운 스피디한 세상에 몇일 두고 좁은 공간에서 남녀만 있게 되는 경우라면 처음보는 사이에서도 정분이 날 법도 해 보인다. 특히 선남선녀인 그들에겐 더더욱 그래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과거사가 오버랩 되는 걸 보니 아픔은 이들을 비켜가지 않았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아내를 먼저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가진 남자. 접객업소 여종업원으로 일하며 만난 남자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했던 여자의 사연들이 낯익으면서도 소슬하게 전달되었다. 큰 사건 사고와 맞물리며 난장판 액션으로 이어지는 그런 류의 영화와는 달리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의 이어졌다 다시 끊어지는 대사를 통해 혹시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딘지 밝히지 않은 곳에 따로 하차한 그들, 고향에 도착한 여자의 사연이 덧붙여지면서 이야기는 다시 한번 롤러코스트를 탄다. 이곳은 시끄럽고 복잡하고 인간미가 부족한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저 골목에 작은 의자 하나 놓고 앉아있어도 편안해 보이는 그런 곳이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는 인연을 이야기 하고 있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하지만 정말 바다 건너 저 멀리에 있다면,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녀가 처음 중화권 연예계에 등장했을때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10년 전 일인데 기억에 또렷하다. 





길 위에서

On The Way 
10
감독
김풍기
출연
지진희, 황성의, 차수연, 적문빈, 장소화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중국, 한국 | 94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