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늘의 황금마차 - [리뷰] 수상한 제주의 형제들

효준선생 2014. 9. 10. 07:30






  어떤 영화 ? 형제간의 이권다툼에서 시작해 서로를 이해하는 수순으로 흐르는 제주도발 힐링무비





극장에 가기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제주도의 폐가를 구입해 수리하고 서울을 떠나 제 2의 고향을 만들겠다는 어떤 블로거의 이야기를 보았다. 담대하고 호기로운 일이다. 적지 않은 부분이 불편할 것 같은데도 그 낯선 곳에서 도시와는 또 다른 삶을 영위하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최근 제주도에 이방인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엔 중국인들도 있고 육지 생활에 진력이 나서 바람 많고 돌 많은 제주로 들어 온 사람들이다.






만약 내가 제주도 토박이라면 그들을 보는 시선은 어떨까 영화감독으로 나서서 오로지 제주 영화만 찍고 있는 오멸 감독이 작년 영화 지슬을 통해 보여준 힘을 통해 이번엔 좀 쉬어가려는 듯 힐링 영화 한 편을 선보였다. 영화 하늘의 황금마차, 가수 백설희의 동명의 노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는데, 뽕끼 충만하고 경쾌한 레게 템포가 가득한 이 노래가 오늘 제주도를 사는 그들의 좌충우돌 여행기와 희한하게 닮아 있다.






그런데 이 영화, 내용은 즉 좀 구슬프다. 치매와 간질환을 앓고 있는 장남으로부터 집문서와 인감도장을 얻어내기 위해 나머지 3형제와 그의 소원인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목적지도 불분명하고 각자 여행의 목적도 불순하기 그지없지만 어쩌면 운구행렬과 다름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노래 황금마차는 꿈나라로 가는 운송수단이었다면 영화 속 황금마차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갈 때 쓰이지 그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큰 형만 안보이면 집을 팔아 나눌 생각만 하는 동생들의 모습이 딱하기도 하지만 팔아도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은 다 낡아 빠진 집 한 채를 두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제주를 사는 사람들의 현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처연하기만 하지는 않다. 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밴드의 출현 때문이다.






그들 역시 미래에 대해 대책없어 보이고 행색도 남루하기 짝이 없긴 하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걸 들어보면 없는 살림에 뭐라도 사주고 싶고 길을 가다 주저앉아 노래가 끝날 때까지 들어주고 같이 박수쳐주고 싶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다. 밴드 이름은 9인조 자메이카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물론 극 중에선 난데없이 황금마차라고 부르고 옷차림도 런닝구와 반바지 차림이지만 연신 흘러나오는 옛 노래와 그들의 오리지널 넘버를 듣고 있노라니 음악은 영화를 구성하는 최적의 보너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 팀이 오고가다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약간의 오해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를 야멸차게 꼬거나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과 그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후반부는 약간 판타지스러운 선택을 하지만 크게 어색하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작인 영화 어이그, 저 귓것과 영화 뽕똘에 이은 제주 힐링 3부작의 세 번째 영화라고 보면 무방하다. 전작에 등장하는 배역의 이름들이 고스란히 등장하고 아름다운 제주를 마음껏 감상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영화 지슬의 명성만 바라고 이 영화를 봤다면 어리둥절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특정 지역만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버무려내는 그들의 주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제주도에 한 번 가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