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 [리뷰] 혁명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랑스 사람들

효준선생 2014. 9. 8. 07:30





  어떤 영화?  두 남녀의 위태로운 사랑을 프랑스 혁명과 접목시킨 뮤지컬 공연을 영상으로 옮기다.





프랑스의 지금은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는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국가보다 낭만적일 것 같지만 1789년엔 그렇지 못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로 대표되는 철없는 왕정의 끄트머리엔 향략과 부패에 젖은 채 민심을 저버린 그들이 있었다. 마치 활화산 용암처럼 끓어 오르던 민심은 결국 폭발하였고 마지막까지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 못한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혼군(昏君)의 실체는 그 이후 여러 장르를 통해 선을 보인 바 있다.






영화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은 시골 총각 로낭과 왕실의 가정교사였던 올람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혁명의 분위기기 무르익던 당시의 긴박했던 프랑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명의 뮤지컬의 실황 영상이다. 공연 당시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장기 공연과 해외 공연이 성료된 바 있었던 이 공연은 한국의 정성복 감독의 연출로 이번에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 모차르트 락 오페라로 상당한 반응을 얻었던 그는 이번에도 당시의 스탭들과 손을 잡고 이번 영화도 제작해냈다. 무대위의 공연을 영화로 옮기는 건 카메라만의 몫은 아니다. 새롭게 영화 연출을 하듯 찍고 편집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펼쳐졌다.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견고한 왕정이 그렇게 쉽게 전복되고 말았다는 건 어쩌면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정도로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후유증은 대단했다. 비록 바로 민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민주정치의 발판을 놓았다는 점에선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레미제라블때도 그랬지만 현명하지 못한 정치 지도자를 놓고 산다는 건 대단한 불행이라는 교훈은 이 영화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기근에 시달린 백성들이 왕궁에 몰려와 시위를 하자 시끄럽다고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나니 그제서야 조용해졌다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왕궁을 가진 나라의 백성들이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구냐며 철없는 소리를 해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이 누군가와 오버랩된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루이 16세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는 비록 로낭과 올람프라는 가상의 연인을 내세워 세상이 흔들려도 사랑은 변하지 않음을 각인시켜주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이 위태로웠던 가장 원천적 이유는 바로 정신 못차린 두 남녀에게 있었다. 화려한 왕궁에서의 호화로운 삶, 그리고 파리 뒷골목에서 몸을 팔고 빌어먹는 백성들의 삶이 대비되는 모습, 이 두 곳에서 사는 두 남녀의 극적인 사랑은 그래서 더 선명하게 빛이 났다.






뮤지컬이라는 특성상 상당 분량의 음악들이 귀를 간질인다. 록과 팝, 소울과 클래식 넘버를 오고 가며 크로스 오버 장르의 음악들은 절제된 듯, 폭발적인 배우의 목과 입을 통해 전달되며 비록 현장이 아님에도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 시대극인지라 그 당시를 고증한 의상과 30여명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잘 짜여진 군무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스런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엔딩 장면에서 프랑스 인권선언의 하나하나가 배우들의 진지한 모습을 통해 전달되는 순간엔 시대를 뛰어넘어 자유와 민주가 얼마나 소중한 개념인 것인지, 그리고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 새삼 깨닫지 못하며 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