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욕망의 독 : 중독 - [리뷰] 뒤틀린 소유욕, 사랑이라 착각하다

효준선생 2014. 9. 5. 07:30






 어떤 영화? 과거의 상처를 동여맨 채 흔들리며 살아야 하는 한 여자의 지난한 복수심리극





여성의 성욕이 수용적 성향을 갖고 있다면 남성의 성욕은 어쩌면 소유욕과 배설의 쾌감에서 비롯하는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남녀 두 사람간의 정서적 교감 같은 것들이 사라져 버리고 나면 동물들의 육욕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신문에 올라오는 기막힌 사연들 중에선 인간이라는 게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자기 자식을 삼으려고 데리고 들어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런 육욕을 채우는 사건을 대하면서 피를 나누지 않았으니 남이고 그를 범한다고 한다는 건 아주 오래전 약탈혼에서 비롯한 유전적 영향의 결과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양부모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은 않은 건 자기 핏줄을 따지는 오랜 관습과도 관련이 있지만 반대로 자기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얼마든지 내쳐도 된다는 생각과도 닿아있다. 이런 애매한 관계는 특히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차용하곤 했다. 영화 욕망의 독 : 중독의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주고받음을 통해 그 사랑이 이루어질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입양된 한 소녀가 겪어야 했던 지옥 같았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그녀 방식대로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그리고 그 소녀의 반대편에 서있는 전직 형사이자 지금은 정신과 상담심리의사의 케이스와 얽혀있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이지만 강력 사건과 그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과거, 그리고 현재의 불상사들이 넝쿨을 만들고 있는데 그 세세한 장면들은 마음 편하게 볼 건 아니다. 연이은 살인 사건이 발생해 남자들이 죽고, 그들과 관련이 있는 한 여자는 오히려 의사를 찾아와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추파를 놓는다. 미모의 여자에게 혹해 조금씩 다가서는 의사, 그에게도 어서 빨리 지우고 싶었던 참혹했던 지난 일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호의가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정보화의 시대인지라 조금만 이름이 알려져도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사생활을 알 수 있는 시대니 의사의 아픔과 치유가 오히려 좋은 미끼가 된 셈이다. 하지만 그 의사 역시 한때는 잘 나가던 프로파일러 형사 출신이라는 설정에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누가 그 많은 남자를 죽인 것일까와 그 범인은 반드시 잡힐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 영화가 겉으로 볼 때는 통속적인 멜로 영화의 전형성을 띠고는 있지만 끝까지 가장 알고 싶었던 한 가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 놓는 현명한 선택을 한다. 복수를 꿈꾸는 자라면 한 수 배우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후자의 경우 타인의 힘을 빌리는 것도 영민함이다.






그녀가 살면서 가장 도움이 필요했을 때 세상은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두 마리의 짐승이 살고 있는 소굴에서 욕을 보면서 과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살아서 이 지옥을 빠져나간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남의 힘을 빌릴 능력이 생긴다면 무슨 짓이라도 다 할 것이라고 혀라도 깨물며 각오를 다지지 않았을까 범죄의 현장 한 가운데서 여리하게 서 있는 그녀가 생존의 법칙을 깨닫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공격해 들어온 그들에게서 배운 셈이다.  






당부하건대, 이 영화는 엔드 크리딧이 다 끝난 뒤에서야 모든 것이 밝혀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선다면 풀리지 않은 의문을 잔뜩 안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허둥대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켜준 홍경인과 상당한 미모로 그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버린 김선영의 협업이 좋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욕망의 독: 중독 (2014)

7.5
감독
윤여창
출연
홍경인, 김선영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한국 | 91 분 | 201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