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 [리뷰] 잠시 당신들의 아들이었습니다

효준선생 2014. 9. 4. 07:30





 어떤 영화?  울음을 유도할만한 신파를 버리고 가족애를 담아내다




안에 고치기 어려운 병환을 가진 환자가 있다면 그 집에선 웃음소리마저 부담스럽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만약 고통이 실린 신음소리나 고함이라도 들린다면 비록 살붙이의 것임에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괴롭다. 아프지 않고 살기를 소원으로 빌어본 사람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그 어떤 것 보다 가족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꼽는 그 마음을.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조로증에 걸린 16살 남자 아이와 그의 부모와 지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죽음을 향해 정해진 길을 가야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울고 짜게 만들지 않았다. 그 기조는 마지막까지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 평정심을 유지한 셈이다. 어쩌면 죽는 순간마저도 세상의 모든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갈 것 같이 어른스러웠던 소년 아름이의 한결같은 나레이션 때문인 모양이다.






열일곱의 나이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열일곱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는 과정의 대부분은 철없는 부모의 옛이야기에서 시작해 자신의 외모 때문에 타인의 시선이 버거운 아직은 어린 소년의 이야기로 전이되면서 조금씩 울음보를 만들어가는 구도지만 그 사이엔 주변 인물들의 개입으로 비감(悲感)을 흩뜨려 놓는다. 소위 신파조를 버림으로 얻은 부분이 많다.






아직 아빠, 엄마의 이미지 보다는 누군가의 남친, 여친의 이미지가 강렬한 강동원과 송혜교는 자신들만의 분량이었던 고등학생 시절엔 마치 하이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연기하고서 막상 아픈 아들과의 이별을 목전에 둔 부모의 역할에 와서는 그들 스스로가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해서든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절정은 할아버지인 김갑수의 등장 때 폭발하고 만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라면 귀엽다고 하지만 희귀병에 걸린, 그것도 남들이 꺼려하는 질병을 가진 손자를 향한 마음은 핏줄에 대한 묘한 연민 탓이리라.






부모의 나이 서른셋. 16년 동안을 아픈 아들과 살아야 했던 부모의 마음, 택시기사와 허드렛일을 하는 부모에게 아들은 떼어낼 수 없는 보물이자 한편으로는 떼어내고 싶은 상흔인 셈이다. 인간은 늘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만다. 제 아무리 가족이지만 오랜 병구완에 시달리다 보면 차라리... 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을 수 없고,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자지러지는 모습이라도 볼라치면 자신이 대신 그 고통을 감내하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아이를 가졌을 때 운동장을 미친 듯이 뛰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 자책을 하는 엄마의 모습과 아픈 아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건네준 작가 지망생을 찾아가 분노의 주먹질을 날리던 아빠의 모습이 이들의 진심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잠시 우리 곁을 스쳐간 소년, 아름이. 이름처럼 겉모습은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가 전달한 메시지는 적지 않다. 달그락거리며 남겨놓은 그의 소설이 말해주듯 누군가의 아들로 살았다는 걸 그렇게 뿌듯하게 생각하는 자식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어른이 되서 늙은 부모를 그저 추레하다 하여 멀리하는 자식보다 어쩌면 아름이의 마음은 참으로 고왔던 것 같다. 세 사람의 인연은 짧았지만 그 마음은 살았던 16년 보다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름이로 나온 아역 배우, 조성목의 연기력은 성인 배우를 압도한다. 노인의 나이에 맞춰 내는 동작도 그렇고 보기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은 특수분장을 하고서 연기도 해야 하는 것들이 쉽지 않을텐데 대견해 보였다. 극중 이름 아름이가 아닌 그의 본명을 기억하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6.2
감독
이재용
출연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허준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