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60만번의 트라이 - [리뷰] 끼리를 넘어 함께로

효준선생 2014. 9. 2. 07:30





 어떤 영화?  재일교포 학생 럭비부의 분전을 통해 더불어 사는 가치를 피력하다




체육교사이자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은 유독 자기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기한 운동 종목을 하게 했다. 당시 이만기, 이봉걸등 스타 선수들의 등장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씨름과 지금까지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공놀이들이 포함되었다. 그저 축구나 농구 혹은 찜뽕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운동의 전부라고 여겼던 아직은 아이들이었던 까까머리 중학생들에게 특히 타원형으로 생긴 럭비공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조차 알 수 없는 요상한 스포츠였다. 체육시간 간단한 체조를 끝내고 나자 들고 온 럭비공을 하늘 높이 차 올리며 누가 가장 먼저 주워오는 지 보겠다는 호기로운 체육선생의 말에 아이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강아지들처럼 우르르 몰려가 땅에 떨어지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잡아오느라 땀을 뺐다. 그리고 그 안에 나도 들어 있었다. 청춘은 럭비공 같다고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해서.






미식축구의 시즌이 되면 미국인들은 하나가 되어 슈퍼볼의 우승자가 누구될 지 맞춰보며 시즌을 보낸다지만 오사카 조선고교 학교 학생들은 올해 럭비시합 우승은 자신의 몫이라며 학년에 상관없이 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한다. 그 이유는, 그것만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일본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까짓 비인기 종목 하나에 라는 생각은 접어두기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에 몰두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에겐 럭비야 말로 인생을 걸어볼 만한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영화 60만번의 트라이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3세와 4세 고등학생들이 럭비시합을 통해 비주류로서 겪는 서러움과 그걸 팀웍으로 이겨내는 법을 배워간다는 성장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비슷한 이름의 두 명의 감독(박사유, 박돈사)의 노고로 만들어진 이 영상이 어쩌면 한국에서 사는 우리에겐 한 다리 건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비록 어눌하지만 한국어를 구사하고 민족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면 불현듯 울컥하게 만드는 감정이 생겨난다. 그런 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일본에서조차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하며, 아주 오랫동안 공식 전국대회에 참가조차 할 수 없었다는 내력하며, 그리고 여전히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일본과 한국 모두로부터 받아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시각들이 스포츠를 통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운동을 하며 생긴 상처들을 훈장처럼 달고 있는 그들, 여자 허리굵기 정도 되는 투박한 허벅지와 씨름꾼 같은 상체를 가진 아직은 아이들. 그들에겐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 주춤거릴 틈이 없다. 선배들이 그랬듯이, 환영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그곳에서 살기 위해 럭비를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오사카 조교(朝校) 럭비부원들의 이야기라 경기장면도 여러차례 등장하지만 우승을 하고 이기는 희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예선전에선 원사이드한 승리를 거두지만 거기서 얻는 쾌감보다는 아직도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한 아이들의 가슴 속에 조금씩 다가간다는 이해의 폭이 마음을 울렸다. 이기면 기뻐하고 지면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아이들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중학교 3학년 때 엉터리 럭비시합을 하며 혼자 공을 들고 냅다 뛰어선 결코 이길 수 없음을, 그리고 절대 앞이 아닌 뒤로 패스를 해야 인정받는 경기룰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그런게 바로 팀웍을 우선시 하는 럭비의 특징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골인을 의미하는 트라이를 한 친구나 후방에서 태클을 걸어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하는 친구나 없어서는 안되는 멤버들이다. 럭비는 팀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스포츠다.






럭비팀 주장 관태 선수가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럭비에는 노 사이드라는 용어가 있다. 시합 때는 열심히 싸우지만 경기가 끝나면 적이 있을 수 없다고, 그런데 일본 당국은 무상교육1의 올가미를 휘둘러가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농단하고 있음이 개탄스럽다”고. 너랑은 다르니 우리는 우리끼리, 너희는 너희끼리 지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일갈이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위로보다 힐난과 배척의 시절이다.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만한 귀감이 될 말 같다. 이곳에도 노 사이드의 개념은 유효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끼리’가 아닌 ‘함께’라는 말이 더 듣기 좋아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60만번의 트라이 (2014)

One for All, All for one 
10
감독
박사유, 박돈사
출연
문정희
정보
다큐멘터리 | 일본, 한국 | 107 분 | 2014-09-18



  1. 2010년 4월 일본정부는 고교무상화 정책을 조선학교에만 적용하지 않기로 해 일선학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