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닌자 터틀 - [리뷰]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

효준선생 2014. 9. 1. 07:30






 어떤 영화 ? 욕심이 가득한 인간보다 차라리 동물들이 낫다는...




과학실험실에서 개구리를 해부했던 때가 생각났다. 아직 생명이 붙어있는 걸 생물 선생님은 마취를 했고 펄떡거리던 사지가 축 늘어지자 조별로 편성된 중학생 아이들은 자신들이 외과의사라도 되는 양 심각한 표정으로 나이프를 들고 실험대 앞에 섰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그 작은 생명에 마지막을 고하는 행위를 선뜻하지 못했다. 선생님의 독촉에 마지못해 누군가가 배를 가르자 쏟아져 나온 뱃속의 내용물들. 잔인했지만 이내 무덤덤해졌다. 실험실의 개구리가 가져야 했던 숙명이었다.






우리가 그저 제품으로만 알고 있는 수많은 것들은 인간이 쓰기 전에 수많은 동물의 희생이 전제되었다. 대부분은 그 한 번의 실험을 위해 길러졌고 독한 시약에 제 명에 가지 못했다. 말 못하는 생명이지만 그들을 위해 작은 위령제를 열어주는 곳도 있다고 하니 인간을 위해 희생당해야 하는 그들 앞에서 착잡한 마음마저 든다.






영화 닌자 터틀은 돌연변이 거북이 4마리의 활약상을 그린 SF공상과학 액션 영화지만 그 이면엔 인간의 탐욕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설사 그 탐욕의 끝은 정해진 수순대로 미수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야기된, 그래서 원래대로 살다 갈 운명이 뒤바뀐 어떤 생명체들에겐 신나고 흥겹기만 이야기는 아닐 듯 하다. 하지만 결코 무겁기만 한 주제의식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다. 이런 영화일수록 교훈의 양도 심상치 않고 주인공간의 아름다운 협업도 만만치 않다.






어릴 적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던 소녀, 그녀의 아버지는 실험실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화재가 나는 바람에 아버지를 비롯해 실험실의 여러 표본과 연구자료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뉴욕 한 복판 지하도 터널에서 기거하는 네 마리의 돌연변이 거북이 실상은 그녀가 그 옛날 실험실에서 놓아준 그들이었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따로 없는 셈이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에 불타는 그녀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인 탐욕으로 똘똘 뭉쳐진 모 제약사의 책임 연구원이자 그녀와는 과거 인연이 있는 남자와 갈등관계를 만들어 간다.






사실 이들 거북이들을 돌연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태어난 뒤 실험실 표본으로 길러지며 각종 시약을 주입한 상태에서 차차 자라나며 변종의 모습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의 현재의 모습 또한 인간이 만든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그들이 옳은 길을 선택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게 된 것은 스승의 노력과 함께 목숨을 구해준 과거 어느 소녀의 입장에서 보면 다행인 셈이다.






영화의 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일본색이 다분하다. 악의 무리로 설정된 자들의 면면은 일본의 닌자나 야쿠자를 연상케하고 은색의 갑옷을 입고 절대 무력을 뽐내는 자의 모습이 사무라이의 행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이곳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인지, 그렇게 해서 손에 넣었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슬쩍 흘린 이야기를 주워 조립해 보면 미군이 본격적으로 오키나와에 주둔하기 시작한 시절과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며 버려지다시피 한 남자의 혼잣말은 거북이의 운명 그 이상의 처연함도 함께 했다. 






아주 오랜 세월을 인고의 시간으로 보낸 닌자 거북이들과 자기들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기업가의 정신으로 대비해 보자면 이 영화가 지향하는 포인트는 분명하다. 악은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고 선은 악을 막기 위한 장치로 또 언제든지 등장한다. 선이 악이 될 수도 있지만 악은 선이 되기 무척 어렵다는 공식도 여전하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의 입김으로 인해 여자 주인공인 메간 폭스의 포스와 대결 장면에서 등장하는 슬로우 비전과 뭔가를 긁는 듯한 기계음을 비롯해 각종 시퀀스들이 눈에 익다. 그 역시도 늦여름의 더위를 싹 날려줄 쾌감으로 전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닌자터틀 (2014)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7.5
감독
조나단 리브스만
출연
메간 폭스, 피트 플로첵, 제레미 하워드, 알란 리츠슨, 노엘 피셔
정보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 | 미국 | 101 분 | 201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