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옹녀뎐 - [리뷰] 짚신도 다 제 짝이 있다

효준선생 2014. 8. 31. 07:30






 어떤 영화? 오랫만에 보는 고전 에로 해학극




근대 판소리를 정립한 인물인 신재효의 작품 중에 변강쇠전이라고 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유독 성(性)적 코드가 지나치다 하여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고 100여년이나 지난 뒤에서야 오롯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군사정권 시절인 80년대다. 당시 프로 스포츠의 시작과 더불어 스포츠 신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온 지면을 스포츠 기사로 채울 수 없는 탓에 남는 지면에는 성인독자들의 시선을 끌만한 야릇한 컨텐츠로 가득했다. 연예계 가십 기사와 만화, 특히 고전해학극이라는 타이틀로 한동안 외면 받았던 풍속 만화와 소설들이 많이 소개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변강쇠전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가루지기전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기도 했고, 당시의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성인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했다.






지금도 변강쇠하면 마치 정력의 화신으로 언급되곤 하는데 실상 원작에서의 그의 운명은 비극적이다. 그 과정이 당시 유교주의적 분위기에선 결코 언급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양반들은 춘화를 통해, 서민들은 이야깃꾼들의 익살이 담긴 거리공연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이중적인 태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힘센 남자에 대한 로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영화 옹녀뎐은 바로 그 변강쇠의 반쪽인 여자의 이름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범상치 않음은 그녀와 이런저런 관계를 맺은 남자들은 모두 제 명에 살지 못했다는 음행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남존여비 사상에 비추어 획기적인 발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어색한 사투리로 전반적인 상황을 소개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옹녀가 아닌 친구 을령의 나레이션이다. 그녀들이 기거하는 마을 이름은 월경촌이고 지금의 평안도 땅이다. 그녀의 월색에 반한 남정네들이 꿀을 발라놓은 듯 날아들지만 그곳을 살아서 나간 자는 손에 꼽을 정도니, 하룻밤 욕정을 채우려는 대가는 심각한 셈이다.






이 영화는 변강쇠가 아닌 옹녀의 시선을 위주로 하고 있어 변강쇠는 막판에 등장한다. 그 이전엔 옹녀를 탐한, 혹은 옹녀가 탐한 남자들의 부실한 면면을 나열하는데 집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치 여자에 의해 세상일을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마저 감지되는데 세월이 돌고 돌아 여성상위 시대가 돌아온 걸 보면 이 세상의 음양조화라는 게 옛사람들이 말한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이 영화는 자신의 초능력에 가까운 아랫도리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 옹녀와 마찬가지로 하초의 힘은 타고 났다는 변강쇠의 첫만남을 그리는 데서 확실한 포인트를 준다. 여러 장면에서 정사장면을 넣었고 마치 그들의 거사는 춘화를 복제라도 하려는 듯 열심이다. 상당한 수준의 노출이 있고 나름대로의 내러티브도 꼼꼼한 편이다. 워낙 잘 알려진 원작에 대한 재 조명인지라 부담도 많았을 테지만 극히 일부분만 영상으로 옮긴 것이라 원작의 뒷부분에서 펼쳐지는 종교적인 가치관, 권선징악 같은 교훈은 생략된 것들이 좀 아쉽긴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옹녀뎐 (2014)

6.1
감독
경석호
출연
한채유, 강경우, 신유주, 김태훈
정보
성인, 로맨스/멜로 | 한국 | 94 분 |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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