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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 - [리뷰] 어둠의 도시를 채운 건 결국 사람

효준선생 2014. 8. 29. 07:30





  어떤 영화?  탐욕에 찌든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히려 만화 이상으로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미국 매거진 만화 캐릭터들이 하나 둘씩 영화 속 주인공으로 소환되면서 시작된 슈퍼 히어로의 역사는 바꿔 말하면 미국국민들의 내재된 불안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경찰국가가 된 미국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안고 있는 심리적 위축감은 강대국 안에서 살아야 하는 민초들의 전전긍긍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대개의 만화 속 히어로들은 이런 민심을 위로해주기 위해 탄생한 바 있다. 실제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초능력을 보유하고 어려움에 처한 일반인들을 구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그들은 원했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들의 백전백승의 기세는 한편으로는 허탈감도 전했다. 미국이 겪은 최초의 패전이라는 베트남 전쟁과 냉전 이후 시작된 중동으로부터의 실재적인 위협, 그리고 서민들을 직격한 경제적 불황과 맞물려 더 이상 슈퍼히어로들만으로는 그들을 위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이젠 슈퍼 히어로가 아닌 다크 히어로들의 출현으로 보다 현실적인, 비록 어딘가 깨지고 부수어지고 설사 얻어맞는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것에 더 공감을 하게 되었다.






영화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가공의 도시 씬 시티의 인물 군상들을 통해 도무지 빠져 나갈 수 없는 공간 안에서 자신을 추스르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에 대한 독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편에서 보여준 무시무시한 미쟝센과 상상을 초월하는 고어적 이미지들로 인해 골수 팬이 생겼고 특유의 질감과 영상미는 이 영화의 성격을 단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이번 영화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영웅이라 하면 무조건 선(善)의 편에 설 것이라는 편견은 이 영화에선 통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의 판단이다. 주인공이니 당연히 살아날 것이라는, 혹은 악인이니 반드시 주인공의 손에 처절하게 죽어야 한다는 그런 선입견은 무의미 하다. 제 아무리 거칠고 무위불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건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선악의 기준이 아니라 살 수 있느냐 아니면 죽어 나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모두 세 갈래의 이야기가 덩굴처럼 얽혀있다. 씬 시티에서 시장의 돈을 도박을 해서 땄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남자와 재벌 남편의 돈을 노리는 한 여자의 야욕, 그리고 과거의 복수를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연약한 여자의 분투가 그것이다. 각각의 스토리는 성기게 관련을 맺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는 권력의 상징인 로어크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제목으로 나온 씬 시티 자체가 원래의 도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극악스러운 일들로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고 그런 도시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보여주는 악랄함과 잔인함은 도시를 상징하는 하나의 키워드 인 셈이다. 비록 크지 않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확대해석하자면 씬 시티는 작은 커뮤니티도 될 수 있고 혹은 하나의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 안에서 사는 민초들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겼음에 감사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살게 틀림없다. 그들을 독재자라든지, 혹은 어리석은 왕이라고 비유한다면 이 영화가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보다 명확해진다.






칼이 난무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그곳에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살아 남는 것이다. 남들보다 체격조건이 우수하다는 건 장점이지만 남들 눈에 잘 띈다는 건 약점이다. 비록 살기 위해 남을 제거해야 하는 삶이란 비루하고 부박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늘 옆자리 동료와 경쟁하고 비슷한 조건에서도 앞서가려고 애를 쓴다. 만약 총기 사용이 자유롭다면 우리도 하루에 수십 명씩 죽어나갈 것이라 예언한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만약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흑백톤에 놀랄 것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포인트를 준 컬러톤과 흑백이면서도 마치 원유가 흐르는 듯 유려한 블랙 컬러 이미지의 고급스러운 질감에 놀라고 말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흑백 영화를 3D 입체효과를 느끼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유명배우들이 다들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고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씬 시티에서의 삶을 확장시키는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비록 어른들만의 센 오락물이지만 다크 히어로에 자신을 투영해가며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화면 속의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단역 출연임에도 강렬한 이미지를 뽐낸 레이디 가가.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 (2014)

Sin City: A Dame to Kill For 
8.8
감독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조셉 고든-레빗, 에바 그린, 제시카 알바,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정보
액션, 범죄, 스릴러 | 미국 | 102 분 | 201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