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관계 - [리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인연의 끈

효준선생 2014. 8. 27. 07:30





  어떤 영화? 섣불리 야한 영화로만 재단할 수 없는, 현대인의 외로운 인간관계를 담다




영화 관계는 참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한자 윤(倫)은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그 전제조건이란 게 우습게도 다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서면화 된 법칙, 준칙, 조약 하다못해 약간의 절차상의 문서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상황은, 저러면 곤란한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뭐 그러면 어때 더한 상황에서도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요즘인걸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일본 유학도중 아이를 낳고 아이 아빠에게 양육을 맡긴 여자가 있다. 한국에서 그럴 듯한 바를 운영하는 마담이지만 그에겐 정신과 의사가 있다. 어느날 그들을 찾아온 묘령의 아가씨, 방년의 나이를 갓 넘긴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묘한 구석이 있다. 일본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의 불륜을 목격하고는 자살기도를 했고 바람이라도 쐬라며 보내진 한국행, 하지만 그녀에게 이번 한국행은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었는지 녹록치 않은 상황과 조우한다.






내용만 봐서는 스릴러적 요소가 강한 멜로 영화같다. 큰 사건 사고 없이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와 극도로 절제된 동작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리고 가속이 붙기 시작한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일본 여자와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의 교감부터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을 해주는 장면은 대다수가 자신의 성적 고민을 풀어 놓는 걸 들어주는 장면으로 채운다. 한국에서 정신과 상담이 많은 부분에서 저런지는 모르지만 이 영화의 핵심 결론으로 몰고 가기 위한 일종의 대우(對偶)적 장치들이다.






이 영화는 관음증을 최대한 발휘한다. 남녀의 정사신, 바에서의 남자들의 일탈적 발언들, 그리고 여자의 샤워와 수음장면등 그것이 인물들의 상상이든 혹은 부수적이든 상관없다. 마치 성을 빼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이들은 에로스 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골몰한다. 하지만 그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성애의 오고감 사이에선 그걸 배신이라거나 차였다는 표현을 써가며 분열을 야기한다.






다시 모두에 했던 이야기를 꺼내면 만약 자신의 딸이 자신의 동거남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면 최소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선 별 문제가 없다. 그것이 비윤리적이라는 것도 제3자, 타인의 주관적, 혹은 객관적 가치관에 따라 매겨지는 판단이다. 바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은 남자들이 떠벌이는 ‘세컨드’의 존재에 대해 양시론(兩是論:둘 다 가능하다)적 주장을 펴는 것이 실례(實例)다.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의 심리적 고통에 대해서는 헤아리지 않은 셈이었다.






자신들의 몸뚱아리를 움직여 충동적인 성욕을 해소하고 난 뒤 쾌감과 곧바로 쏟아져 들어올 윤리적 비난 사이의 갈등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놓은 법이나 혹은 윤리적 잣대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늘 그런 과정에서 고민하고 그렇게 축적해서 만들어놓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윤리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여전히 우리 조상들때부터 겪어 왔던 성으로 얽힌 관계를 다시 다루고 있다고 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일본 성인에로영화에 나왔다는 토모다 아야카의 정극 도전. 




관계 (2014)

HARU 
9.1
감독
김명서
출연
토모다 아야카, 김경익, 진혜경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91 분 |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