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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연애의 기억 - [리뷰] 거죽만 보는 사랑에 경종을...

효준선생 2014. 8. 23. 07:30





  한 줄 소감 : 그들 사랑이 흔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데는 약 1시간이 걸렸다





결혼을 목전에 둔 딸이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 때가 언제였냐고. 그랬더니 15년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엄마. 연애를 할때는 자신의 모든을 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주는 게 사랑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연애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심리다. 하지만 과연 만나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녀가, 만난 시간의 몇 십배는 되는 기간을 완전히 동떨어진 환경에서 살아온 그들이 과연 일심동체가 된다는 게 그리 쉽겠나. 연애의 기간이 길다고 해서 완벽하게 서로에 대하여 알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건 십년 가까이 사귄 공식 커플이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몰랐던 성격차이로 헤어졌다는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의 홍보 문구를 들여다보면서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폐막작이었다는 사실이다. 포스터만 봐서는 오렌지 캬라멜 분위기의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데 왜 이런 장르의 영화가 "판타스틱"을 추구하겠다는  영화제에 걸린 걸까 그것도 상당한 비중을 지닌 폐막작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궁금증은 영화 시작 후 절반 정도 지난 뒤 갑자기 드러났다. 이 영화는 음악으로 치면 장조에서 시작해 단조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잘 이해가 안될텐데 근래에 이런 구성의 영화가 과연 있었는지 금방 떠오르지도 않는다.






시작은 경쾌하다 못해 발랄했다. 팝업 같은 화면처리와 만화적 편집, 여자 주인공의 성적 편력을 세속적으로 나열하며 이제 새로 만난 남자 주인공과의 본격적인 로맨스로 접어드나 싶었다. 물론 밀고 당기기가 연애담에서 없을 리 없으니 그것만 지나가면 대충 클리셰한 결론으로 귀결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어딘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상대. 결혼은 인생지대사라 했으니 하고서 물릴 수 없으니 신중에 또 신중해야 하건만 그럴수록 의심이 갈 뿐이다.






좀 놀았던 학창 시절부터 시작해 6명의 남자가 그녀를 지나가는 동안 그녀는 자신을 완정한 여자로 봐주는, 좀 더 정확하게는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그런 남자는 없었다. 그저 운이 나빴을 수도 있고 남자 보는 눈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여자의 사랑 타령보다 더 심각하게 다루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남자의 정체에 대한 연민도 아닌 듯 싶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믿었던 신뢰가 깨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동요에 대해 다루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사랑이 한참 지나고 난 뒤 그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올려 보자 좋았던 기억이 슬쩍 떠오른 뒤 결국은 안 좋았던 기억이 압도한다. 그랬기에 헤어졌을 것이고, 여자가 6번 째 남자에게 시원하게 물을 끼얹고 하는 말도 그런 것이다. 헤어지는 마당에 쿨한 게 어디있냐고. 로맨티 코미디의 변주인 듯 싶지만 자신의 옛날 어느 남자의 이야기인 셈이다. 아직도 애매하다면 제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은가.  이 영화는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고 보는 편이 훨씬 낫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배우 강예원의 눈빛이 이 영화의 반전 매력과 묘하게 닮았다 





내 연애의 기억 (2014)

My Ordinary Love Story 
7.9
감독
이권
출연
강예원, 송새벽, 박그리나, 김현준, 우혜진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한국 | 93 분 |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