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루시 - [리뷰] 삼라만상의 이치에 대해 묻고 답하다

효준선생 2014. 8. 21. 07:30





  어떤 영화인가? :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멍한 기분이 든다면 총맞은 것처럼...




밥만 먹고 나면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하다”며 설파하는 개똥철학에 진절머리를 낸다. 주변에 이런 사람 많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기보다 상사라는 이유로, 혹은 아는 게 많은 척하는 어떤 이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냥 들어주는 척 하는 것임에도.





창조론이니 진화론이니 학문적 논쟁도 있긴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자신이 우리 부모, 혹은 조부모와 많은 부분이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김새나 성격이나 혹은 좋아하는 부분이라도, 부모, 조부모들은 각각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와 또 그렇게 닮았을 것이고. 나중에 과학자들은 그걸 유전학에서 말하는 게놈과 연결을 짓기도 하지만 그런 복합적 이론적인 것 말고도 확실히 뭔가는 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좋은 것으로 골라 다음 세대에 내려 보내려고 하는 시도도 있다. 인류의 키와 덩치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게 예가 되겠다.






돌연변이를 제외하고 초능력은 미신이나 허황된 것, 혹은 눈속임이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간혹 초능력에 유사한 뭔가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곤 했다. 그럼 그들이 얻은 그런 종류의 초능력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고 그들은 마냥 행복한 걸까 그 뿐이 아니라 천재 소리를 듣는 아이큐 200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어떤, 남과 다른 행동이나 문제 해결방법들은 그들이 전생에 착한 일을 해서 얻어낸 것일까






영화 루시를 보니 이 영화가 단순히 초능력을 갖게 된 한 평범한 미국 여성의 일탈적 행위를 담은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간략하게 추린 주제만으로는 90분의 러닝타임을 채울 수 없음에 이런 저런 볼거리를 삽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인류의 발전사를 단시간 안에 보여주겠다며 집어넣은 각양각색의 풋티지 영상들이 낯설게 보이지만 결국 이 영화는 세상을 감싸고 있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만약 한 사람에게 집약할 수 있다면 그는 과연 이 지금의 황망한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가 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등장인물 간의 싸움이 한창일 때도 자꾸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자신의 뇌기능이 100%에 가깝게 활용이 되고 자신의 능력이 남들 눈에는 초능력으로 비춰질 때 그녀는 과연 인간이기에 주어진 목숨을 버려야 할 만큼 거대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그 무엇인가로 변해갔는가에 대한 질문들. 목숨 달린 인간이라면 당연히 조금 더 살기를 원할 것이고 그녀도 초반에 그랬다. 그럼에도 점차, 자신의 희생과 인류의 재도약을 교환할 의사가 발현된 것이 그저 약물의 효능만으로는 보기 어려웠다.






CPH4, 무슨 이니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묘약의 시작은 인간이 세상에 나오기 전 힘을 쓸 수 있게 모성으로부터 받은 에너지의 축약이라 했다.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축약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가동되는 순간이 지구에 존재하는 (아니 존재했던)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양이 되는 건지, 그녀는 몸소 실천했다. 인류가 영장류에서 기원했고 그 최초의 영장류 이름은 루시고 암컷이었다는 사실은 바로 CPH4의 시작과 맞물린다.






누군가에겐 인류를 새롭게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으로, 누군가에겐 그것이 세상 사람들을 취(醉)하게 만들어 돈이 되는 걸 바라기도 한다. 그걸 놓고 아웅다웅 다투는 건 부수적인 셈이다. 처음이 있다면 중간도 있고 말미도 있다. 아무도 인류의 종말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변화 없이 흘러나갈 것이라고 장담하지도 않는다. 불안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개변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이 영화를 종교 영화라고 한다면 루시의 메시아적 역할은 보다 확실해 진다.





하지만 그걸 눈치 채는 사람도, 그렇게까지 따질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이순신으로 나와 전군을 호령하는 최민식 배우가 외국영화에 나와 유창한 한국어로 연기를 하고 뤽 베송감독 특유의 액션신이 가미된 이 영화를 보면 단 한번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래서 간혹 가다 흐름상 개연성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보여도 탓하지 않고 그저 독특하다며 넘어갈 것 같다. 이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루시 (2014)

Lucy 
8
감독
뤽 베송
출연
스칼렛 요한슨, 최민식, 모건 프리먼
정보
액션 | 미국, 프랑스 | 90 분 | 201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