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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 - [리뷰] 사랑은 시나브로 다가왔다

효준선생 2014. 8. 22. 07:30





 한 줄 소감 : 마술사에겐 없던 사랑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이 있나 보다






가장 미국스러운 영화를 만든다는 평을 듣는 우디 앨런이 뉴욕을 떠나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서 그의 영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배경이 달라진 것 말고도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감이 넘친다는 말이다. 1920년대 남부 프랑스를 배경으로 남자 마술사와 여자 심령술사의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가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가득 채우고 있다.






중국으로 보이는 공간, 웨이링수라는 이름을 가진 마술사는 무대위에서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코끼리를 사라지게 한다거나 보조 출연자의 신체 일부가 잘린다는, 지금의 기술로 봐서는 신기할 것도 없는 마술을 선보이며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영국에서 온 마술사 스탠리,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사인조차 잘 안해주는 까칠하기 이를데 없지만 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마술사 업계에서 독보적인 인기스타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탓에 동료 마술사에겐 질시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프랑스로 건너오게 된데는 이유가 있다. 세상사는 물론 사람의 과거와 마음까지도 꿰뚫어 본다는 묘령의 아가씨 소피를 만나기 위해서다. 마술사와 심령술사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차원에서 노니는 직업인들이다. 반복되는 연습과 테크닉으로 승부를 삼는 마술사에게 점을 치고 심리를 뚫어 보는 심령술사의 말과 행동은 도무지 믿을 만한 구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행적까지 알아채는 모습에 정말 심령술이라는 게 있는 건지 스스로가 반문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는 의심과 반목이 반복되며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우디 앨런의 특유의 입담이 배우들을 통해 전해진다. 불필요해 보이는 대사처럼 보이지만 그게 어느 순간부터 복선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스스로가 커다란 장벽을 쳐놓고 상대를 대했던 것에 대한 자기 방어용이기도 하다. 만약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묵언 수행하듯 과묵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의 수다에 지치지도 않는 듯 상대를 몰아 붙이고 그런 과정에서 애증이 쌓이는 과정은 그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부 프랑스의 풍광은 한마디로 예술이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의상이나 미술도 고색창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통 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도 없었을 것 같았던 한 남자에게 파랑새처럼 생긴 여자가 시선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들이다. 대사를 통해서 남자가 여자의 신통한 능력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대하기 시작한 것도 남자의 이모의 애정사를 밝히는 순간부터였다. 얼음같았던 그의 눈빛이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부스라도 되는 양 환호를 질렀던 것도 결국은 사랑에 대해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한 뒤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남자 만만하지 않다. 결코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를 좋아한다는 부자집 도령도 구애를 하고 남자에게도 정혼녀가 있다는 사실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분명, 단언컨대 이 두 사람은 역경을 극복하고 커플이 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녀는 심령술이라는 초능력의 소유자가 맞는 걸까 만일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닐지라도 남자는 그녀를 받아 들일 수 있는 걸까






우디 앨런에게 마술이란 어린 시절 봤었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억의 회귀를 돋우는 장치다. 지금처럼 마술 자체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함에도 그는 결국 이 작품을 통해 마술과 마술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사랑도 역시 마술처럼 변화무쌍하다는 걸 보여준다. 늘 진중한 연기를 선보인 콜린 퍼스와 러블리 큐티걸 엠마 스톤의 앙상블은 연령차를 뛰어넘어 제대로 어울린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 배우가 바로 콜린 퍼스다. 중국인 복장을 하고 마술을 하는 모습이 낯설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2014)

Magic in the Moonlight 
8.7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엠마 스톤, 콜린 퍼스, 마샤 게이 하든, 해미쉬 링클레이터, 재키 위버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7 분 |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