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퍼지: 거리의 반란 - [리뷰] 복수보다 더 큰 용서

효준선생 2014. 8. 16. 07:30





  한 줄 소감 :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하다 보니 자연스레 리스트가 만들어지더라




가까운 미래, 미국은 소위 새로운 미국의 탄생을 알리고 고질병이었던 실업률을 낮추고 낮은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데 필요한 획기적인 방안 하나를 내놓는다. 일명 퍼지라는 제도다. 이 고약한 제도로 인해 범죄율은 뚝 떨어졌고 위정자들이 원하는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었다. 그리하여 매년 퍼지의 그 날이 오면 찬반 양론으로 갈려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 시작한 지 몇 년 째, 다가오는 퍼지의 날을 대비하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이를 악문다.






영화 더 퍼지 : 거리의 반란은 작년에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방호제조업체 중역을 내세워 불쑥 쳐들어온 불청객들과의 한 판 전쟁을 그려냈다면 이번에 아예 그 위험한 공간인 거리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애를 쓰는 일군의 무리들의 이야기를 심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목숨을 담보로 한 액션 스릴러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를 함유하고 있음은 영화 초반 퍼지라는 제로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대충 드러난다. 바로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퍼지는 일년 364일 동안에는 그 어떤 범죄도 저질러서는 안되지만 단 하루 12시간 동안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제도인 셈이다. 일년 내내 묵혀두었던 특정인에 대한 복수심은 바로 이날 한꺼번에 폭발시켜 내재해 있던 분노를 풀고 다시 시작하는 평화의 날엔 열심히 살라는, 인간이 인간에게 내리는 허용된 형벌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저녁 7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 7시에 종료되는 이 현대판 카니벌리즘의 체현(體現)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공포스럽다. 제아무리 빗장을 걸어놔도 발길 질 몇 번이면 부서질 대문에, 정말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잘 숨어도 발각될 것 같은 공포는 이루 말할 필요도 없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5명의 경우도 흡사한 케이스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그 광란의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흡사 요즘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과도 닮아 있다.






살육의 현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런 끔찍한 영상 뒤에는 상당한 비중의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퍼지는 결코 잘사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돈을 주고 사다 안전하게 퍼지를 감행하고 심지어는 납치까지 하고 만다. 그들은 맹수가 바글거리는 정글에 발가벗겨진 채 내 던져지고 맹수처럼 하고 나타난 가진 자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될 뿐이다.






사람의 본성인 복수심을 풀어주겠다는 명목으로 살인면허를 주겠다는 의도, 그것도 가난한 자들을 대상으로 하게끔 절묘하게 유도하는 시스템, 만약 여전히 퍼지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도덕적 관념으로 인해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 아예 특수부대를 끌여들여 균형을 맞추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바로 퍼지의 주요한 목적인 셈이다. 영화는 이런 장면들을 직접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럼 보통 사람들은 왜 퍼지의 행렬에 들어설까 바로 분노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복수로 이어진다. 해마다 최소한 몇 명은 죽는다. 이유는 중요치 않다. 개중에 억울하게 죽은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자 뒤엔 또 누군가가 복수의 칼날을 일년내내 갈았을 거고 그 복수의 칼날이 향한 곳은 누군가의 목숨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복수의 이어짐에 세상은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는 자들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퍼지의 날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 나보다 좀더 많이 가진 자. 나라를 다스리라고 부여한 권력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쓰는 정치인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공격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그들은 순순히 따를까 분노지수가 가장 높은 시절이라고 한다. 가진 게 없다는 사실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 의해 제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짓을 하면 금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영화, 무섭지만 현실 역시 못지않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퍼지 : 거리의 반란 (2014)

The Purge: Anarchy 
8.3
감독
제임스 드모나코
출연
프랭크 그릴로, 자크 길포드, 키일리 산체즈, 마이클 K. 윌리엄스, 코트니 팜
정보
공포, 스릴러 | 미국 | 103 분 |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