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현실적이라니 놀랍다 |
부모에 의해 이름부터 이상하게 지어진 한 청년이 있다. 원래는 토드인데 실수로 오드가 된 그, 지인들은 그 이름 탓에 그를 이상한 녀석이라고 여기는데 정작 그의 이상한 면은 마치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영화 오드 토머스는 만화에서 분화해 나온 수많은 액션 히어로와는 좀 다른, 무척이나 현실적인 캐릭터, 오드 토머스라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가 히어로로 취급받을 만한 건 그가 가진 능력 때문인데 바로 죽은 자를 볼 수 있고 죽음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가공할 만한 무력을 사용해 위기를 막아내고 영화에서 죽음의 사자로 등장하는 묘한 비주얼의 캐릭터를 무찌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 그저 지켜보고 피할 수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죽었지만 구천을 떠돌고 있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 줄 수 있다면 그는 그걸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미국 서남부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죽음을 상징하는 바다흐의 연이은 출현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볼 수 있는 오드와 그의 말을 믿어주는 여자친구 스토미, 그리고 경찰서장은 앞으로 전개될 불가피한 현실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이 영화엔 보이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가 언급되지만 실상은 그런 장면들이 중후반에 이르기 까지 다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죽을 것 같은 1순위의 남자의 행적과 그를 주시하는 오드의 모습이 마치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만 쉽사리 액션의 쾌감은 느낄 수 없다.
따지고 보며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을 가늠하는 자의 활약을 담고 있어 다소 어두울 것 같지만 상당히 수다스러운 주인공 오드와 그의 여자친구 사이의 알콩달콩한 입담등으로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상쇄한다. 또 특정한 공간인 쇼핑몰을 주된 배경으로 삼아 레스토랑이라든지,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라든지 해서 오히려 팬시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남녀의 달콤한 로맨스와 죽음을 목전에 둔 남자의 대조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어색함의 막판에 반전을 삽입하며 결정적 한방을 남겨 놓는다.
폴터가이스트현상은 보이지 않는 유령의 힘으로 실재하는 물건들이 움직이며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용어로 쓰이는데 이 영화에선 바다흐라고 하는 캐릭터가 그 역할을 한다. 은회색의 유동 물질을 하고 있으며 파충류의 변형된 모습으로 상당히 끔찍한 이미지다. 저승사자처럼 죽음을 앞 둔 사람 주변을 맴돌거나 혹은 떼로 몰려다니며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오로지 한 사람, 오드만이 그걸 지켜볼 수 있다는 설정이다. 사실 바다흐가 물건을 움직이며 살아있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다흐보다 더 무서운 건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흔히들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귀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한다. 인간은 제 아무리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 닥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제할 길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늘 알고 지냈던 주변 인물이 가장 무서운 상대가 되었을 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다른 영계(靈界) 안에 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을 때 가장 무섭지 않을까 오드는 이런 부조리를 잘 알고 나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게 된 모양이다. 비장한 표정으로 그가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또 다른 이야기를 찾는 것 같아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 영화의 재미는 이 두 배우의 케미를 들여다보는 것에도 있다. 무척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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