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터널3D - [리뷰] 사부곡, 검은 눈물을 흘리다

효준선생 2014. 8. 17. 07:30





  한 줄 소감 : 밀폐된 공간이 주는 공포감도 상당하다





올해는 유난히 한국형 공포영화가 안 보인다. 이미 개봉한 소녀괴담과 내비게이션을 제외하면 개봉을 앞둔 영화 터널3D가 유일하다. 바로 그 영화가 선을 보였다. 오랫동안 버려진 탄광 안에 들어간 청춘 남녀들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일들을 담은 이 영화는 미스터 고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한국형 입체영화의 재림이라는 점에서 화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입체효과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원래 3D영화라고 간판은 달려 있어도 정적인 장면에선 입체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은 게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는 3D안경을 벗으면 화면을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도가 깊은 편이다. 구체적으로는 샤워장 거울신과 박쥐가 날아가는 신, 그리고 곡괭이를 던지는 장면에선 몸을 잔뜩 움츠리거나 고개를 돌리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마치 관객이 같은 터널이라는 음습하고 어두운 공간에 배우들과 함께 머무는 듯한 효과를 준다.






그러나 이야기의 틀은 크게 진화되지 못한 편이다. 우선 놀기 좋아하는 청춘들과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란한 춤과 음악, 역시 짝짓기에 정신을 파는 사이에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공격,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간의 의견 충돌과 차례차례 한 명씩 당한다는 설정등. 그리고 그 모든 사단의 중심엔 과거 어떤 사건의 매듭짓지 못한 아픔의 상흔이 있었다는 점들은 이미 다른 유사한 장르 영화에서 다뤄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청춘 호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고, 출연 배우들은 대개 라이징 스타들이다.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대개는 그들의 전작을 가늠하기 어려울 법하지만 문제는 그들 개개인의 연기력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곳에서 엉뚱한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함에 답답함이 들어서다. 물론 서로가 반목하고 라이벌 관계이며 약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가지만 ‘청춘’을 대거 끌어들이기 위해 정작 중요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너무 일찍 차단한 것은 티다.






비록 청춘은 아니지만 배우 손병호가 맡은 김씨는 무척 중요한 인물이다. 오프닝에 등장한 탄광 사고로 두 사람의 광부가 목숨을 잃었고 한 사람은 살아났지만 정신 이상이 된다. 그 사람이 김씨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며 그의 말을 무시하지만 그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 부족과 조기 퇴장으로 말미암아 나머지 청춘들의 소란은 현재의 일탈의 응징 정도에 그치고 만 느낌이 든다.






60,70년대 강원도 도처에 자리했던 탄광과 배후도시들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였다. 하지만 채굴의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와 대체 에너지와 환경문제등으로 이곳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땅이 되고 말았다. 철암이라고 쓰인 정류장 근처의 상점 중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마치 유령도시처럼 되어 버린 그곳에 한때는 청운의 꿈을 안고 살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광부들과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아이들에겐 또한 지우고 싶은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는 무더운 여름 시즌을 잠시라도 잊게 하기 위해 기획된 장르영화지만 산업화 과정의 그림자로 남은 폐광의 뒤안길, 그리고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치 원혼처럼 떠도는, 그래서 좀 쓸쓸한 기색이 어떤 모습의 공포로 승화하는 지 잘 보여주고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걸그룹 달샤벳의 우희(위) 타이니지의 도희(아래)의 스크린 도전작,  

이번 영화에선 조연이지만 매력적인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터널 3D (2014)

Tunnel 3D 
8.7
감독
박규택
출연
정유미, 연우진, 송재림, 정시연, 손병호
정보
공포, 스릴러 | 한국 | 86 분 |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