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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찰리 컨트리맨 - [리뷰] 낯선 곳에 가면 그곳이 사랑이 된다

효준선생 2014. 8. 15. 07:30





  한 줄 소감 : 개성강한 배우들과 낯선 공간이 주는 이질감의 절묘한 배합





지독한 로맨스가 펼쳐졌다. 아픔도 수반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하면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에 대한 흔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빠져들었다. 사랑이라고 옆 사람이 넌지시 알려주었지만 알려주지 않아도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 같다. 왜냐 하면 그건 엄마가 알려준 마지막 힌트였기 때문이다.






영화 찰리 컨트리맨, 미국 시카고 출신의 그는 방금 전 엄마를 여의었다. 늘 곁에 있어줄 것 같았던 부모와의 결별은 누구에게라도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안겨주곤 한다. 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치 잠결에서 들은 것처럼 몽롱하게 루마니아 부쿠레시티로 가라는 엄마의 유지(遺志)를 따라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도 없다.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남들 눈에는 신나서 여행을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가슴 한 켠이 답답하고 뭔가를 게워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난생 처음 가보는 낯선 나라의 낯선 곳이지만 그래도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이 영화, 한 마디로 독특하다. 드라마로 시작해서 난데없이 스릴러로 돌변하고 마음에 드는 여인을 따라다니는 로맨스도 첨가되었다가 돌연 등장한 놈팽이들과, 무시무시해 보이는 남자와의 결투등, 액션과 퀴어 장르에도 오락가락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만난 두 남녀의 갈등과 그들을 둘러싼 위험천만한 환경이 그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까에 대한 궁금증을 거칠지만 예민하게 파헤친다.






한때는 꽤 낭만적이었을 것 같은 동구파라의 파리라고 불리는 부쿠레시티, 지금은 변방의 잊혀진 곳이 되어가고 있다. 자못 음침하기까지 해 보이는 낡은 건물 들 사이에서 미국인 찰리가 루마니아의 미녀 그녀를 만난 건 참으로 우연이었다. 그리고 인연인지 모르지만 자꾸만 엮이는 그 두 사람 사이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뢰배 두 사람이 끼어 있다. 그냥 포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자꾸 마음이 가는 게 그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찰리에겐 부쿠레시티는 정말 낯선 곳이다. 짐보따리 하나 없이 허름한 유스호스텔에서 기거하면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마치 외갓집에 쉬러 온 아이같다. 오히려 들떠 보인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외계 세상에 툭하고 떨어진 듯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그러다가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주먹 세례에도 그는 끈질기게 그곳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전생에 그곳 출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지 않은 혼란과 판도라의 상자 같았던 모종의 비밀을 둘러싼 힘겨루기 끝에 그는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을까 만약 엄마가 알려준 곳이 부쿠레시티가 아니라 다른 곳, 예를 들어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든지, 혹은 부다페스트 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불가리아의 어느 도시였다면 그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까






좀 억지같아 보이지만 이 영화는 운명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지금 이곳에서 시름겨워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일때 주변에서 어딘가를 권하면 그게 목적지가 되듯,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 없는 이 남자에겐 비슷한 상황에 처한 여자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샤이아 라보프는 비록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배우지만 님포매니악에서 보듯 엽기적인 모습으로도 자신을 내보였던 배우다. 완벽한 외모는 아니어도 진짜 배우 같은 포스가 나는 그. 그가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위험한 촬영을 감행했다는 부분을 잘 찾아보면 그가 왜 그토록 배우라는 직업에 천착하는 지 이해가 될 것 같다. 다양한 국적(영,미,덴,독,루...)의 배우들이 용광로 같았던 이 영화에서 제몫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매즈 미켈슨의 아우라도 대단한데 거기에 밀리지 않는 샤이아 라보프





찰리 컨트리맨 (2014)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 
10
감독
프레드릭 본드
출연
샤이아 라보프, 에반 레이첼 우드, 매즈 미켈슨, 루퍼트 그린트, 멜리사 레오
정보
액션,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루마니아 | 103 분 | 201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