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브릭 맨션 : 통제불능 범죄구역 - [리뷰] 벽돌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효준선생 2014. 8. 14. 12:00





  한 줄 소감 : 빈부 격차와 상관없이 어울려 사는 게 행복임을 일깨워 주다






뉴타운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이 있다. 노후한 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번듯한 신식가옥을 세워 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요설(妖說)에 넘어가 그들에게 표를 던졌고 학수고대했던 때. 하지만 도장을 찍고 나니 얼마 되지도 않는 이주비용을 손에 쥐고는 비록 허름한 동네였어도 정이 무척 들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쫒겨 나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 그 동네에 들어온 아파트 주민들은 또 어딘가에서 밀려들어온,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들이었다.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의 주택 정책은 마치 거센 파도 같았다. 오래된 건축들은 불도저로 밀어 버리고 몇 십 년도 가지 못할 아파트를 우후죽순 세워놓고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내쫒는, 운좋게 그곳에 땅과 집을 가지고 있던 자들은 졸부 소리도 들을 수 있었지만 남의 집살이를 하던 사람에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부자가 생기긴 했지만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부자나라일 것 같은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 공장에 기대어 수입을 얻고 사는 그들에겐 일을 하고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면 만족했다. 그곳에 비싼 돈을 들여 집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부침에 따라 소득이 일정하지 않게 되자 실업자도 늘고 도시 분위기도 살벌해졌다. 소위 슬럼가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정치인들과 부자등 기득권자들은 조속히 슬럼화가 되고 있는 빈민 밀집 지역을 철거하고 번듯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자며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실 거주자들인 빈민들은 오고 갈때가 없다. 그렇게 가진 과와 못 가진 자는 살벌하게도 철창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격리되었다.






영화 브릭 맨션 : 통제 불능 범죄구역을 보면서 몇 년 전 서울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도시 재개발과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간의 알력과 충돌이 떠올랐다. 영화 내용은 파쿠르를 기본으로 쫒고 쫒기는 사람들 간의 액션을 그린 호탕한 것들이지만 그렇게 된 계기가 바로 사회 계층간의 대립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액션은 오락적 기능을 강화하는데 일조한다.






벽돌로 만들어진 아파트를 의미하는 브릭 맨션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 반파된 건물 외형도 그렇거니와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 들이 몰려 살며 분위기가 무척이나 험악해 보였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마약을 거래하고나 총기류가 오고 가는 듯해 하루 빨리 없애야 할 곳처럼 생각들게 해놓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도 하등 다를 바 없는 미국 공민들이다. 그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초반부에선 마약을 둘러싼 충돌이 주를 이루며 불량기 철철 넘치는 흑인들로 인해 결과가 뻔할 것 같았지만 경찰을 죽었다는 죄목으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된 프랑스 남자와 형사가 한 팀을 이루며 각자 소기의 목적을 위해 그 험한 곳에서 추격을 벌이는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건물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명 파쿠르는 보통 사람들은 결코 따라할 수 조차 없는 아슬아슬한 묘기인데, 영화에선 곧 무너질 것 같은 그곳에서 심지어 총기류를 들고 쫒아오는 상대를 따돌리며 연기까지 하는 모습들이 볼만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한폭탄이 등장하며 화려해 보이는 도심과 곧 사라질 것 같아 보이는 브릭 맨션을 비교해주는 장면에 이르면 비로소 이 영화가 지향하는 주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폭탄에 로켓에 흑형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과 연상하면 이 영화가 무겁고 거칠기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임에도 농담과 유머도 난무하고 마지막 반전이 주는 미묘함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것만 굳게 믿었던, 다시 말해 국가 공권력은 반드시 정의로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작년 연말 자동차 사고로 비운에 간 폴 워커의 유작이다. 그가 죽은 뒤에도 이미 몇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고 이 영화에서도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는데 여념이 없는 그의 모습이 애잔해 보였다. 다시는 볼 수 없다니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자신의 명운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지 못했던 듯 이 영화에서의 그의 눈빛은 여전히 선해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브릭 맨션: 통제불능 범죄구역 (2014)

Brick Mansions 
9.4
감독
카밀 델라마르
출연
폴 워커, 데이빗 벨, RZA, 카탈리나 드니, 구시 보이
정보
액션, 범죄 | 프랑스, 캐나다 | 90 분 |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