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보카머스 - [리뷰] 누구나 응어리 하나씩은 안고 산다

효준선생 2014. 8. 13. 07:30





  한 줄 소감 : 전직 형사의 경험담, 취조실 퇴마장면은 바이블이 될 것 같다.




혼백(魂魄)이라는 말은 동양에서는 사람의 정신을 일컬으며 살아서는 육신에 머물며 행동을 좌우하고 죽으면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스며든다고 믿어왔다. 혼비백산이라는 말은 무척 놀랄 때 쓰는 말로 넋이 나간다는 말이다. 인간에게 공포란 피할 수 없는 정신적 기제이며 그 공포의 실체는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는 것이고도 하고 형용할 수 없다고 그 실체마저 부정하지도 못한다. 특정 종교에선 이런 걸 귀(鬼)나 신(神)이라 하여 극구 부정하기도 하지만 막상 본인에게 뭔가에 씌인 것 같은 작용이 일어나면 그제서야 심각성을 인식하기도 한다.






서양에선 엑소시즘이라 하고, 동양에선 逐鬼나 退魔라고도 부르는 등 인간과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듯 하다. 소위 공포영화에선 이런 류의 영화를 하위장르로 따로 구분하기도 하고 그 놀래킴의 효과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영화 인보카머스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좀 다른 구석이 있다. 오프닝 장면이 귀신의 등장으로 분위기를 잡는 게 아니라 벌써 십여 년이나 지나 이라크 전쟁의 한 장면을 삽입해 넣는다. 그리고 다시 현재의 뉴욕, 형사로 일하는 랄프서치는 일선에서도 고약한 사건을 전담하고 나선다.






이 영화의 키맨으로 등장하는 뉴욕 형사 랄프 서치는 이 영화의 원저를 제공했고 제작 당시에도 깊숙이 간여하며 자신이 실제 겪었던 신기한 일들을 한데 엮어 제법 호러 분위기가 나는 영화로 탄생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일반인들은 평생 구경한 번 할 일 없는 시신의 모습이라든지, 혹은 도무지 눈으로는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 앞에서 형사의 임무는 범인을 잡거나 범행 동기를 유추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랄프 형사의 고충이 현재의 것이라면 그를 괴롭히는 정신적 충격은 그가 초임 형사로 부임한 직후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3명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단초를 제공하는 건 아마 그들의 트라우마의 변형으로 보인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 밖에 없는 끔찍한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그 외상후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바로 형사와 참전 군인간의 정신적 충격이 가지를 친 중간 지점에 이 영화의 도화선이 자리하고 있다.






이야기 구조는 무척 현실적이다. 뉴욕 곳곳에서 발견되는 괴이한 사건과 시신들. 그리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범인들. 그들을 쫒는 형사와 그에게 접근한 자칭 퇴마 신부. 나중에서야 밝혀지겠지만 이 영화 초반에 발생하는 사건은 후반부 중요한 인물들과 이런 저런 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리고 마치 원한을 풀지 못하는 순간 기폭제가 터지고 말 것 같은 긴장감이 본격적인 술래잡기를 통해 가속된다. 






제목인 인보카머스는 영혼을 불러 깨우기 위핸 기도의 의미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경우 귀신 들렸다고도 하고 쉽게 말해 미쳤다고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국가의 명을 받아 공무를 수행했고, 지금 수행하는 두 그룹 간의 충돌은 현실과 비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렬한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올 여름은 공포영화의 내습이 좀 늦은 편이다. 호러 영화를 즐기지 않는 영화 팬이라도 이들 인물이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아픈 사연들과 쉽사리 추측하기 힘든 모든 사건의 전말을 꿰 맞춰가다 보면 가는 여름의 늦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인보카머스 (2014)

Deliver Us from Evil 
9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에릭 바나, 에드가 라미레즈, 올리비아 문, 숀 해리스, 조엘 맥헤일
정보
공포 | 미국 | 118 분 | 201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