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신사바 저주의 시작 - [리뷰] 어린 시절의 공포는 지울 수 없는 상처

한 줄 소감 : 중국 영화 팬들에게 한국형 공포를 맛보게 했을 것 같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안병기 감독 인터뷰를 보니 독특한 점이 눈에 들었다. 중국은 유물주의 사관인지라 영화에 귀신은 나올 수 없다하여 자신이 중국시장을 노려 만든 영화에선도 그런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공포에서 귀신을 배제하고 나면 딱히 내세울 만한 장치라는 건 피 흘리는 드라큐라일까 하지만 그런 서양문화 코드가 중국인에게 잘 받아들여질까 그런데 영화 분신사바 -저주의 시작을 보니 중국인의 정서도 결국은 가족의 관계에서 감정적 자극을 받는 것이구나 싶었다.

예전에 본 영화 분신사바에 어떤 가족 이야기가 나왔는지 기억을 되살려 봤지만 이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었던 동명의 이야기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였다. 얼마 전 박한별 주연의 분신사바 2는 이 영화가 개봉한 뒤에 나온 것이니 후속 편이 먼저 한국 극장에 걸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저주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달린 것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연속성은 없다. 대신 여주인공의 이름인 샤오아이만 재차 등장하는 정도다. 이른바 싱글맘이자 작가인 그녀는 공포 소설을 쓴다. 하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는 탓에 히스테리가 늘었고 보다 못한 출판사는 좀 쉬면서 글을 다듬어 보라고 시간을 준다. 알고 지낸 남자의 주선으로 교외의 외딴 집에서 글을 써보기 시작한 그녀, 하지만 기괴한 분위기는 첫날부터 시작한다.

여자를 힘들게 하는 건 글쓰기 뿐만은 아니었다. 가정 폭력을 이유로 감옥살이를 한 전 남편은 출옥한 뒤 여전히 그녀를 찾아다니고 있고 아직 어린 아들에 대한 염려도 그녀를 힘들게 한다. 여기까지 보면 몇 년전 개봉했던 엄정화 주연의 영화 베스트셀러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흐름은 다름 아닌 가족간의 불화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여전히 잔존하며 어떻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집구조가 만만치 않다 2층 목조 구조인 집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그리고 방이 많고 페쇄적이다. 그곳에 달랑 모자가 머물고 있고 글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아들은 2층 방에 재워 두려고만 하니 무슨 소리만 났다하면 1층에서 2층으로 뛰어올라가며 발생하는 소리에 의한 공포적 장치들이 있었다. 그리고 괴상하게 생긴 헝겊 인형이 죽어라고 그들 곁에 머물며 기분 나쁜 경험을 반복하게 한다.

영화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모자와 전 남편, 그리고 집을 제공한 남자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더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간다. 공포영화에서 살고 있는 집은 상당한 역할을 해낸다. 그저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열린 창문이나 커튼 뒤에서 비추는 달빛도 무섭다. 게다가 내부를 알 수 없는 문 저쪽 공간에서의 시청각적 자극은 모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여자의 주변은 무척 외로워 보인다. 아들이 있지만 완전한 가족 구성원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아이 아빠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친정 식구들의 존재도 없다. 어쩌면 가장 취약한 가족일 수도 있다. 그런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공포의 주체는 무엇일까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그녀와 아들을 골랐을까 그리고 수시로 드러나는 어린 소녀의 정체는 또 무엇이고 그 집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안병기 감독이 중국에서 이 영화를 오픈했을때 중국 영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고 했다. 중국영화에서는 금기시 하는 귀신(?)도 나온셈이지만 그보다 더 중시한 건 얼마나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기에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에 대한 측은지심과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그들이 느낀 바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비록 공포영화였지만 무서워서 울었다기보다 조금씩 해체되고 있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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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 저주의 시작 (2014)

Bunshinsaba 

8.8

감독

안병기

출연

매정, 곽경비, 오초

정보

공포 | 중국 | 93 분 |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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