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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기버 : 기억 전달자 - [리뷰] 차라리 모르고 살면 행복할까

효준선생 2014. 8. 12. 07:30





   한 줄 소감 : 눈가리고 아웅하는 세상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






사회가 고도화되고 이런 저런 사변들을 거쳐 새로운 사회 질서로 재편되면 그걸 유토피아로 부르게 될 것 같다. 그곳엔 전쟁이나 학살, 고통, 질병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빈부의 격차도 없고 특히 개인간의 감정의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남과 동시에 혈육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양육되고 일정 나이가 되면 각자의 역할을 분배받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안배는 원로들에 의해 조정된다. 그런 사회를 소위 커뮤니티라 부른다.






영화 더 기버 : 기억전달자는 미래 사회의 단면을 시니컬하면서도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잘 조각해낸  디스토피아 영화다.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분명히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지구 기후변화나 국지적인 영토분쟁, 종교 전쟁, 줄어들지 않는 핵무기를 둘러싼 국가간 대립을 바라보면 미래는 확실히 지금보다 잿빛 모드일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개혁적인 리더에 의해 하나의 통일 국가로 재편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물론 후자보다 전자가 더 가능성이 있어보이지만 공룡이 한 순간에 멸종했던 것 같은 끔찍함보다는 자꾸 후자 쪽을 상상하게 된다.






영화 속 커뮤니티 세상은 극도의 평등사회다.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다 같이 똑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다 같이 똑 같은 교육을 받는다. 정해진 직업을 부여 받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도 강렬하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의 탄생은 남녀의 사랑의 결실이 아니다. 기계적인 탄생에 만약 쌍둥이라면 무게를 달아 하나는 인위적으로 도태된다. 그리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명예롭게 임무해제의 길로 나가야 한다. 미래 버전의 ‘고려장’임에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영예로운 길이라 여길 뿐이다정해지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16세가 되면 각자 다른 직업을 부여 받는다. 그동안 보여준 소양과 성품과 능력에 맞춰 할당된다. 여기에 불만을 갖지도 않는다. 이런 모습들이 시간이 축적되며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커뮤니티는 영화의 주인공 조너스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도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일꾼이 되길 기다린다. 하지만 그에겐 기억 보유자라는 생소하기만 임무가 떨어진다. 그는 그곳 유일의 기억 전달자로부터 이 커뮤니티가 생성되기 전 있었던 일들을 전수받고 그걸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엄중한 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너스의 마음에 갈등이 생기게 된 계기는 현재의 세상이 과거의 그것에 비해 정의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절반 넘게 흑백으로 처리된다. 컬러로 나오는 부분도 화려해 보이지 않다. 무채색에 가까운 모노톤의 색상은 조너스가 과거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등장한다. 그가 기억 전달자로부터 색, 음악, 여러 가지 감정의 프리즘을 경험하게 되면서 영화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압축된다. 이 영화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여럿이다. 과거의 난맥상의 세상을 재편해 인간의 감정마저도 제거해 하나로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해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은 결국 보혁(保革)의 갈등을 드러낸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결론을 내리는 데 유보적이다. 기억의 한계점에 이르러 새로운 세상을 암시하지만 그곳이 지금의 것을 대체할 만한 또 다른 신세계인지는 확인해주지 않는다.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모든 나라는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와 그 권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진화해 왔다. 어느 한 곳도 그 권력을 영속하지 못했다. 권력을 잡으면 유지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권력 기관을 앞세워, 법을 내세워, 언로를 막고 호도한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곪아 터지는 중이다. 그걸 알아내는데 영명한 곳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영화 속 커뮤니티를 다스리는 자는 구체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자연적 수명의 한계에 도달하면 또 누군가는 그들을 대체해야 한다. 기억 전달자가 다음 세대에 해당하는 기억 보유자의 팔을 잡고 전이하는 과정은 상징적이다. 만약 당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다음 세대에게 어떤 것을 전해주고 싶은가.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덮여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인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기버 : 기억전달자 (2014)

The Giver 
9.5
감독
필립 노이스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테일러 스위프트, 메릴 스트립, 제프 브리지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정보
드라마, 판타지, SF | 미국 |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