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족구왕 - [리뷰] 하고 싶은 걸 할 자유, 청춘의 이름

효준선생 2014. 8. 9. 01:30







 한 줄 소감 : 근래 들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이 웃었네





여대생에게 물었다. 복학생들에게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3위 군대이야기, 2위 족구(축구)이야기, 대망의 1위는 군대에서 족구(축구)한 이야기. 그나저나 군바리들에게 족구란 어떤 의미일까? 운동은 하고 싶지만 좁은 연병장과 인원수 부족에 정식으로 축구는 하지 못하고 공과 끈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족구는 그들에겐 최적의 오락거리였던 셈이다. 청춘을 불살랐던 그 시절 족구는 피가 끓는 그들에겐 거의 유일한 도피처이자 환각제였다.






문제는 제대나 소집해제를 한 뒤 사회에 복귀한 뒤에도 그 시절, 군대에서 족구했던 추억을 결코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봐라. 사회에서 누가 족구 따위를 하고 앉아 있는지를. 하지만 여전히 족구는 내사랑임을 외치며 놓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 바로 복학생. 군대 다녀오면 사람된다고 말들을 하지만 사람이 되는 것과 족구라는 추억의 놀이와는 별개인 모양이다. 그들에게 족구는 군대와 사회를 잇는 일종의 루트인 셈이다.






영화 족구왕, 세상에 그런 왕이 어디있나 싶겠지만 있다. 아니 생겼다. 영화 1999년, 면회를 통해 군대 언저리 문화를 그려내는데 일조를 했던 안재홍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와 족구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복학생 연기를 걸쭉하게 풀어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 오프닝이 마치 영화 1999년, 면회의 뒷이야기를 잇는 듯한 효과를 냈다. 같은 제작사에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우문기 감독은 그 당시 미술감독을 맡은 바 있다. 감독의 미술에 대한 조예는 과별 족구시합때 학과별 심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병역을 마친 뒤의 복학생은 사실 한국에서만 있을 법한 제도다. 2년가량의 자유분방했던 대학생활을 잠시 접고 항명항복에 익숙해질 무렵 다시 돌아온 캠퍼스, 입학동기들은 이미 졸업을 했거나 졸업반인지라 거리감이 있고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선 유취(乳臭)가 난다. 그래도 혼자는 쓸쓸해 보여 예쁜 여자 후배들이라도 꼬실라 치면 아저씨 냄새 난다면서 질색을 한다. 그런데 족구라니. 복학생 홍만섭의 남은 대학생활은 과연 순탄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요즘 대학생들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여럿 있다.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힘들어 한다는 점인데 홍만섭도 예외가 아닌 듯 해보였다. 고기집 알바도 해보지만 그에게 더 중요한 건 교내 테니스 장에 빼앗긴 족구장을 찾는 일이다. 심지어 총장까지 설득하기에 나서는 그의 앞에 그의 꿈은 이루어질까 아니면 다들 그러하듯 대충 놀다 포기하고 마는 것일까






영화 족구왕은 천부적인 코미디다. 개그 콘서트만큼 웃긴다. 적절하게 들어간 CG에 타이밍을 빼앗는 개그본능까지. 어쩌면 그 나이 또래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일약 코믹 스포츠영화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법하다. 한편으로는 요즘 청춘들에게 이런 유희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비애도 든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죽치고 있고 옆 자리 학우보다 학점 1점을 더 받아야 장학금이라도 받아 부모님 부담을 덜어 드려야 할텐데 하며 고민하는 그들에게 희화화가 가능한 것일까 싶은 우려가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을 포함한 우리들에게 지금 자기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걸 하며 사는지 되묻고 싶기도 하다. 과거 족구대마왕이었던 대 선배가 지금은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모습에 현실적이면서도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남들은 다 비아냥 대는 족구선수로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홍만섭의 얼굴에선 그런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인생에 대한 결론은 죽기 전까지 알 수 없다. 다들 시름겨워하는 시절이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요즘 청춘을 탓할 필요도 없고 무턱대고 아픈게 당연한 거라 민망한 조언도 할 것 없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게 네 인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 말고는 할말도 없게 되었지만. 그리고 시간이 나면 영화 족구왕 한 번 보며 웃어보라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배우 황승언, 공포영화에 자주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무척 매력적으로 나온다.





족구왕 (2014)

The King of Jokgu 
9.3
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강봉성, 황미영
정보
코미디 | 한국 | 104 분 | 201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