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숫호구 - [리뷰] 보이는 것에 대한 애착, 누굴 탓하랴

효준선생 2014. 8. 8. 09:00





 한 줄 소감 : 더 없이 키치적인, 그러나 황당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영화 숫호구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몸매라 하고 뿔테안경에 정말 인정 많게 생긴 이목구비, 별다른 직업도 없는 백수에 같이 다니는 친구도 그 과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대체 이 남자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대사를 들어보니 나이는 서른, 아직 여자와의 경험이 없다며 두 남자는 히히덕거린다. 왜 한국에선 여자의 성경험은 감춰야 할 비밀이거나 심지어 치욕으로 간주되는 반면, 남자들의 성경험은 없으면 바보, 호구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지, 암튼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이 장원준이라는 남자의 넋두리로 시작된다. 재미있는 건 부모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하는 대화들이 대사가 아닌 자막으로 처리되는데, 그 내용이 촌철살인이다.






밥 먹고 동네 한바퀴 돌고 나면 할일이 없어 친구와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원준, 동네 북 카페에 이쁘장한 처자가 오자 봄바람이 불고 그의 분투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세상에 예쁜 여자가 그런 남자가 눈에나 들어오겠나? 짬뽕 한 그릇 하자고 했더니 단박에 중지(中指)를 들어 화답한다. 아무래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흰 가운을 입은 박사의 출현으로 이 영화가 이래봬도 SF 공상과학 영화를 표방하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간단하게 말해 못난 찌질남 장원준을 나름대로 핸섬해보이는 장영준으로 둔갑시켜 준다는 설정인데,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 매달리는 그녀들의 마음가짐의 변화가 코믹하면서도 어딘지 씁쓸해 보인다.






인상적인 장면은 포장마차 안에서의 일이다.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 엎드려있자 그 옆의 여자는 남자친구를 버려두고 장원준의 아바타에게 접근하는 장면이다. 외모에서 끌린다는 설정인데,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극단적으로 잘 생긴 놈과 못 생긴 놈의 한판 대결구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외모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반복적으로 묻고 있었다. 아바타 장영준이 지나에게 “자기는 멀리 떠난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다”라고 하는데도 여전히 그에게 매달리는 모습에선 남자의 능력도 안보고 오로지 얼굴만 보는 여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 그것도 의심이 들었다.






이 영화는 오픈된 결말로 남겨두는 방식을 취했다. 완전하게 아바타로 변신하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니면 원래의 모습대로 사는 것이 좋은 지 관객의 몫으로 던져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왕 살다 가는 거 잘난 놈으로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시절이 외모를 따지는 데, 거기에 부적응해가며 스스로를 쪼그라지게 만들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 영화 강남에 있는 모 극장에서 관람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유난히 성형미인들과 수술 흔적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중무장을 한 여인네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저들도 만약 예쁜 아바타가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을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그걸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선천적인 부족함을 후천적인 노력으로 메우려는 시도인데, 단, 그렇게 변하고 난 뒤의 결과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사가 말한 것처럼.






이 영화를 코믹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던 건 영화 스스로를 키치문화라고 선언을 한 점이다.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고 여건이 되는 대로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펼쳐 가는데 아바타를 만들어 낸다는 부분에서 여느 공상과학영화가 만들어내는 하이테크 매커니즘을 구축하지 못할 바에야 그냥 있는대로 가자는 주의였다. 특히 박사가 자판에서 아무 글자나 두드려 넣고 숫자 셋을 세면 알아서 정신이 옮겨가는 모습은 적나라했다. 그런데도 그걸 진짜라고 믿게 한 건 이 영화의 현명한 선택으로 보였다. 제목이 좀 남우세스러워도, 배우들이 무명이라 해도, 돈 안 쓴 티가 팍팍난다해도 하고픈 말 다하고 관객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데서 영화 숫호구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숫호구 (2014)

Super Virgin 
9
감독
백승기
출연
백승기, 손이용, 박지나, 조한철, 김선호
정보
SF, 판타지 | 한국 | 80 분 | 201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