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야의 밤엔 사랑이 필요해 - [리뷰] 아비장 처녀들의 수다

효준선생 2014. 8. 7. 07:30





  한 줄 소감 :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일상성에 대한 엿보기





요즘 서아프리카가 뜨겁다. 적도 근처에 나란히 도열해 있어 늘 덥기도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양인들은 그곳에서의 전염병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그들의 미개하고 비문명적인 생활방식을 들고 있다. 일견 그럴 듯도 하지만 수 천 년을 내려왔을 그들의 생활방식이 왜 21세기에 들어와 갑자기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영장류와의 불미스러운 접촉까지 예를 들어가며 마치 격리의 대상으로만 그들을 취급하고 있다. 연일 들려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도를 열어보니 원래 그곳은 천혜의 자연과 자원이 공존한 땅이었다. 특히 서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리는 코트디부아르는 몇 되지 않은 넉넉한 땅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이야기가 아프리카라면 떠올리는 여러 가지 편견과 맞물려 또 다른 자극을 줄 영화 한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아야의 밤엔 사랑이 필요해는 70년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작은 마을 요푸공에 살고 있는 세 명의 처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생활 드라마다. 요푸공의 아야라는 이름의 원작 만화가 프랑스에서 나왔고 글은 이곳 출신의 작가가, 그림은 프랑스 화가가 그렸는데 애니메이션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탄생한 것이다. 마치 만화책의 한 컷을 넘기듯 보는 기분이 든다하여 이름 붙여진 그래픽 노블은 칼처럼 떨어지는 디지털 그래픽이나 입체효과를 극대하기 위해 요란한 테크닉은 배제한 채 마치 딱 한 장의 그림만 그리려고 했던 여러 장의 그림을 묶어 놓은 것 같은 아날로그 방식의 만화영화다. 이런 방식의 그림체가 주는 따뜻함은 영화의 줄거리. 즉, 지금과는 사뭇다른 시대적 갭 속에서 조금은 촌스럽고, 조금은 막장에 가까운 스토리가 한국의 그때를 떠올리게 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요푸공이라는 지명을 마치 서구의 어느 도시 이름처럼 욥시티라고 부르는 그곳 사람들, 어느덧 불어 닥친 자유와 개방의 풍조는 이곳에 사는 세 명의 처녀, 아야, 빈투, 아주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 제목엔 아야만 언급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영화 전체의 화자도 아니고 가장 주목받는 활약을 보이는 건 아니다. 대신 무게중심을 그녀가 잡아주고 있으며 무심한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사건의 발단은 미용, 쇼핑 그리고 남자에 혈안이 된 아주아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것 때문이다. 누가 애 아버지냐를 두고 난리가 나지만 그녀는 엉뚱하게도 그 지역 최고의 부잣집 아들을 지목하고 원치 않은 임신은 결혼과 진실게임으로 이어지며 소동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여성들의 주체할 수 없는 춘정에 할애되고 있지만 그것 말고도 부자들의 행각, 그리고 결혼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여기는 부모세대의 착각,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고 여기는 허세등이 맞물리며 하나의 사회적 이슈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최고의 부잣집이라는 맥주 회사 사장의 행실과 그의 마인드는 노블레스 오블리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 마을의 풍광과 대비해 정비가 잘된 도심의 모습은 빈부의 차이를, 외모와 경제력을 결혼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어떤 후과를 남기는지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그려진다. 비록 70년대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