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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큘리스 - [리뷰] 세상에서 가장 힘센 남자의 고충

효준선생 2014. 8. 6. 07:30





  한 줄 소감 : 세 번의 대형 전투신과 잘 짜놓은  구성, 입체효과도 상당히 좋다. 





그리스 여신 헤라는 왜 자신의 이름을 딴 헤라클레스를 그토록 미워했을까 헤라클레스는 힘의 아이콘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것 못지 않게 헤라에 의해 질투의 대상이었다는 것도 유의미하다. 신과 인간을 절반씩 나눠 가진 헤라클레스는 반신반인의 대표적 상징인 반면, 데리고 온 자식이라는 점에서 정실부인인 헤라에게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그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12과업을 수행하는 과정도 어쩌면 일반인이라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고행의 길이라는 걸 그는 업보처럼 지니고 산 셈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인간들에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헤라클레스의 영어식 발음인 허큘리스는 이제 12가지의 과업1을 완수하고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의 수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구전에 의해 그는 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인간이 되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허큘리스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마치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양 자괴감에 시달리는 중이고 자신을 따라 움직이는 동료들의 안위도 책임져야 하는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내려놓지 못한다.






영화 허큘리스는 바로 이 지점, 그리스 트라키아 전쟁에 동원되는 용병 허큘리스와 5명의 펠로우를 다룬 영화다. 신의 영역에 한 발 걸치고 있는 허큘리스에게 동료가 있었다는 사실은 영화적 상상력 그 이상의 재미를 준다. 마치 고대 그리스 버전의 어벤저스처럼 보인다. 인원이 많아지니 구성도 짜임새가 있고 각자 독특한 개성 자체가 이야기가 된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암피아라오스, 어린시절 전쟁의 와중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말을 잃어버린 용맹스러운 티데우스, 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홍일점 아틀란타, 표창의 달인이자 가장 현실적 마인드의 소유자 아우톨리쿠스, 그리고 허큘리스의 조카이자 당대 최고의 스토리텔러 이올라우스등이 이야기를 맛깔나게 장식해주었다.






그래도 신이라 불리던 자를 용병으로 끌어들인 데는 황금이라는 물질적 보상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정의라고 여긴 이들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분오열된 당시 트라키아 일대에서 적이라 설정된 레소스는 말 그대로 악마의 전형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라고 했으며 그들의 공격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떠들어댔다. 중간에 있는 베시 부족민들도 레소스의 사주를 받아 움직인다고 하자 허큘리스 일행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장기를 십분 발휘해 두 번에 걸친 장대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엔 생각지도 못한 설정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겹쳐져 있다. 바로 실체에 대한 허구가 진실을 오도한다는 점이다. 허큘리스는 분명 힘이 장사다. 일당백의 기개를 가진 남자중의 남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술을 부리거나 천재지변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 과연 트라키아의 왕이 언급한대로 레소스는 반드시 제거해야할 악의 축이 맞는 것일까 허큘리스가 악몽을 꾸며 과거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듯, 용병으로서 제 할일을 해냈을 뿐이라는 이들이 돌연 태도를 바꾸게 된 데엔 정의롭지 못한 행동에 대한 자괴감이 들어 있다.






권력은 권력을 쥐고 있지 않은 자들로부터 빼앗아 모아놓은 것이다. 처음부터 권력자인 건 없다.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서는 그 어떤 요설이나 협잡, 기만도 가능하다. 그렇게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토사구팽도 불사하는 게 그들의 생리다. 우직스럽게 할일을 한 것 뿐이라는 허큘리스에게 세상의 잘못을 바로 잡고 싶었던 것, 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단지 무력만으로 모든 걸 제압하고자 하는 힘센 남자의 기세만은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그때는 그랬을 것 같은 건 그만큼 우리에겐 상상력이 주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영화화된 소재임에도 이번 영화가 재미있었던 건 그저 싸움박질만 난무하는 횡폭한 볼거리 뿐 아니라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무엇인지 지켜보는 흥미로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리더 부재 시기를 사는 우리로선 허큘리스의 출현을 고대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허큘리스 (2014)

Hercules 
8.7
감독
브렛 래트너
출연
드웨인 존슨, 존 허트, 이안 맥셰인, 조셉 파인즈, 이리나 샤크
정보
액션 | 미국 | 98 분 | 2014-08-06



  1. 목차 [숨기기] 1 네메아의 사자를 퇴치할 것 2 레르나의 독사 히드라를 퇴치할 것 3 케리네이아의 암사슴을 생포할 것 4 에리만토스의 멧돼지를 생포할 것 5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할 것 6 스팀팔로스의 새를 퇴치할 것 7 크레타의 황소를 생포할 것 8 디오메데스의 야생마를 생포할 것 9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훔칠 것 10 게리온의 황소떼를 데려올 것 11 헤스페리데스의 사과를 따올 것 12 하데스의 수문장 케르베로스를 생포할 것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