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 - [리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

효준선생 2014. 8. 4. 07:30





 한 줄 소감 : 여느 스파이 영화의 파괴적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법을 안다 





미국을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에겐 부정하고 싶은 일이겠지만 작년과 올해 미국과 독일은 한바탕 스파이 문제로 얼굴을 붉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흔히 도청은 적대국가 사이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알았는데 나름 우방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 대해 미국이 도청 짓이나 하고 있으리란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총리관저에 설치된 도청 장치에 대해 미국의 사과를 요구했건만 미국은 오히려 ‘그 정도 가지고’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냉전 시대 러시아와 미국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도청을 비롯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애를 썼다. 그걸 역이용해 엉뚱한 정보를 흘려보내기도 하고 그 와중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요원들도 부지기수였다.






스파이 영화의 장점을 꼽자면 상상할 수 없는 공간에서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마치 옆에서 염탐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영화 모스트 원티드 맨은 이런 점을 십분 잘 살려낸 촘촘한 스릴러물이다. 한편으로는 비운에 간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유작인 이 영화는 왜 그가 연기잘하는 배우인지를 보여주는 걸작이라 하겠다.






하지만 연기력의 화신이라 손꼽히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 말고도 이 영화는 내세울 점이 많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원작자인 존 르카레의 동명 소설로 기본적인 구성은 영화 모스트 원티드가 더욱 인상적이다. 그의 작품 특성상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앞선에 등장해 설정을 만들고 뒤로 갈수록 그들의 관계, 사건의 발발과 전개가 직조되는데 이번엔 거기에 꼭 강조하고 싶은 주제의식이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에겐 어떤지 모르겠지만 서양인들에게 까무잡잡한 피부의 덥수룩한 수염을 한 무슬림들은 일단 회피의 대상인 모양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독일 함부르크는 911테러 사건 당시 계획이 모의된 곳이라 하여 유난히 이들에 대한 편견이 심한 곳인데 바로 이곳에 무슬림이자 체첸출신의 불법 체류자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가 비록 비슷한 처지의 불법 이민자 가족에게 도움을 받아 은거하고 다행히도 인권 변호사와 그의 아버지가 남겨놓은 막대한 자금을 보관중인 은행장의 협조로 새로운 인생을 찾을 수 있는지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독일의 비밀정보 조직의 수장인 군터(호프만 분)가 있다.






그런데 시작부터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아무 연고도 없는 무슬림 청년에게 그가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의표를 찌르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관객들에겐 여전히 체천 청년이 이중 간첩은 아닐지, 그리고 군터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겠 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다. 군터는 그동안 지향되어온 그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한국돈으로 수 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손에 만지게 될 무슬림 청년, 만약 그가 딴 생각이었다면 그 돈은 다시 서방국가 어딘가에서 자행될 테러자금이 될터이고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과연 무력을 써야 하는 건지, 아니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동기를 부여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다. 영화는 이 부분을 위해 집중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구분이 불분명 해 보이고 다들 의심스럽지만 자꾸 군터를 따라가게 만든다. 배우 개인의 노력과 열정도 높이 살 법 하지만 이 자체가 연출자가 의도한 함정으로 보인다.






모두가 일치하는 스파이짓은 없다. 누구라도 하나 반대할 수 있고 그걸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더 강한 정보력과 무력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독일도 참 강한 나라지만 미국의 시각은 좀 더 다른 모양이다. 소설은 아마 911 사건 발생 후 저작된 모양이다. 실제적인 피해 당사자가 바라보는 무슬림에 대한 시각은 시니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군터는 어찌보면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모양이다. 배우의 이미지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지만 그의 연기에서 결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엔딩 반전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체첸 청년의 기구한 삶도 연민이 간다. 영화에선 간헐적으로 그의 인생이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반복적으로 언급이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 나라를 잃고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이야기 등, 조국이 국민을 제대로 지켜 주지 못한다면 그 국민은 다른 나라에서도 차별과 무시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 오락을 위해 만들어진 스파이 영화지만 사람들 사이의 신의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배신 같은 것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모스트 원티드 맨 (2014)

A Most Wanted Man 
9
감독
안톤 코르빈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레이첼 맥아담스, 윌렘 데포, 로빈 라이트, 다니엘 브륄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독일 | 121 분 | 2014-08-07